사진=각 사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당초 예상과 달리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의 시장 진출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시각이 공존하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 항공사들은 “시장 포화 상황에서 신규 LCC의 출범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본 요건을 갖춘 신규 LCC를 시장 포화 등의 우려로 가로막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신규 LCC의 시장 진출이 사실상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장 진출이 예상됐던 플라이양양과 케이에어항공은 아직 공식적으로 국토교통부에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신청을 한 항공사는 없다”고 밝혔다.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양양은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신청을 했다가 반려 당했다. 당시 국토부는 플라이양양이 항공기(3대 이상), 자본금(15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은 갖췄지만 운영 초기 재무적 위험 발생 가능성, 안전 및 소비자 편익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할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허신청 불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된 충북 청주 기반의 케이에어의 경우 최근 ‘외국계 자본설’에 휩싸이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국토부가 케이에어에 우려를 표명했고, 케이에어 항공 측이 “오해”라고 적극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과도하게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토부가 재무능력, 소비자 편익 우려 등을 근거로 신규 LCC의 면허 신청을 반려한 것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허희영 교수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살아남는 것은 사업자의 문제인데, 이에 대해 국토부가 미리 판단해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정 동네에 치킨 가게가 많다고, 정부가 치킨 사업자를 막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대만(17개), 일본(28개) 등과 비교해 한국(8개)이 지나치게 항공사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LCC의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항공여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LCC의 시장 진출은 오히려 항공요금 인상 억제 등 순기능이 더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연간 항공여객 실적이 1억명을 돌파하는 등 항공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적 항공사들이 올해 국내선 요금을 5~11% 인상해 소비자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항공사의 면허 신청은 정량적인 부분과 정성적인 평가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단순히 기본 요건(항공기 3대 이상, 자본금 150억원 이상)을 갖췄다고 해서 항공 면허를 허가할 수는 없다”며 “항공 면허 심사와 관련해 과당 경쟁의 우려나 재무 능력에 관한 평가는 법에도 명시돼있는 부분으로, 이런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항공사의 적합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항공사들의 경우 신규 LCC의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공항이나 김포공항에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등을 보면 국내선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국내 LCC들의 국제선도 상당부분 겹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LCC의 시장 진출은 과당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규 LCC가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LCC들이 포화된 국내선 대신 국제선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신규 LCC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LCC들이 이미 포화된 국내선 대신 국제선 공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 거점이었던 LCC들이 중견 항공사로서 입지를 확장하려고 할 것이고, 제주항공과 제주도처럼 이 과정에서 항공사와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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