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사 및 육아 활동에 전념하는 '살림하는 남성' 16만1000명

아빠를 육아용품 모델로,혼자 사는 남자 겨냥한 인테리어 소품 인기

사진=삼광글라스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살림하는 남편'이 늘면서 기업이나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가 활발해지는 것과 맞물려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남성이 늘면서 소위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는 만큼 남성의 살림 참여도가 높아져 업계에서도 마케팅 등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전업주부처럼 가사 및 육아 활동에 전념하는 소위 '살림하는 남성'은 1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가사 활동을 하는 남성은 15만4000명, 육아는 7000명으로 나타났다. 2010년(16만1000명) 이후 최대 규모다.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육아 활동을 하는 남성의 수가 최근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2014년 13만 명에서 2015년에 15만 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에는 16만1000명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 2년 새 23.8%나 증가한 셈이다. 

19일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주방가전과 청소용품을 구매하는 남성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17일까지 주방가전 전체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남성 고객의 구매율이 26% 증가했다. 특히 전기쿠커 71%, 튀김기 58%, 전기그릴 30% 등 요리와 관련된 가전의 구매가 크게 늘었다.

올 해 들어 청소·정리 관련 용품의 남성 고객 구매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극세사걸레·손걸레 상품을 구매하는 남성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642%나 증가했으며, 물걸레 청소기(202%), 스팀·침구청소기(49%), 로봇청소기(34%) 구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또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면서 지난 10년간 특허청에 육아 관련 상품·서비스업 상표출원 동향을 보면 최근 5년 동안 '아빠'를 담은 단어가 포함된 등록이 급증했다.‘아빠 상표’의 출원은 2013년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롯데마트는 남성 육아 분위기에 맞춰 남성을 위한 육아용품을 모은 '파파존'을 오픈하기도 했다. 파파존의 대표적인 판매 상품으로는 아빠들이 아이를 쉽게 안을 수 있게 해주는 아기띠나 아빠가 육아용품들을 쉽게 수납할 수 있는 백팩인 ‘대디스원(Daddy’s1)’, 카시트 위에서 태블릿 PC나 플레이어 기능을 통해 아이들이 보다 쉽게 카시트 착용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순정 비플래디’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육아와 살림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아빠들의 육아나 가사 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아빠를 육아용품 모델로 하거나 혼자 사는 남자들을 겨냥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청소도구들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로피 남편이란 가사전담 남편을 일컫는 신조어로, 1980년대 말 미국에서 등장한 ‘트로피 아내(trophy wife)’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통용되는 용어다.

미국에서 부와 명예를 얻으며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본처와 이혼한 뒤 몇 차례 결혼을 거듭하며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게 되는 것을 부상(副賞)으로 받는 트로피의 개념으로 간주해 ‘트로피 아내’로 불렀다면, 트로피 남편은 거꾸로 2000년 이후 사회진출 확대로 성공한 여성의 가사와 육아를 대신 맡아 아내의 성공을 외조하는 남편을 뜻하게 됐다.

2015년 국내 개봉작인 할리우드영화 ‘인턴’에서 앤 헤서웨이가 맡은 쇼핑몰 여성사업가의 남편이 전형적인 ‘트로피 남편’이다. 수입이 많은 아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 일과 아이 돌보기에 전념하다가 쳇바퀴 삶에 싫증이 나 잠깐 외도하는 인물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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