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출소 3개월 때 60억…신, 순환출자 없애느라 '현금 0' 상태서 70억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8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 있는 청년희망재단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제안해 조성한 청년희망펀드는 사실상 청와대 압박을 못이겨 기업 총수들이 은행 빚까지 내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재계와 기존 검찰 조사, 최순실씨 공판 과정에서 나온 발언 등을 종합하면 최태원 SK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은 2015년 11월 청년희망펀드에 각각 사재 60억원, 70억원을 출연하면서 현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보유주식 기준으로만 보면 최 회장이 가진 주식 자산가치는 3조6000억원(국내 5위), 신 회장이 가진 주식 자산가치는 1조4000억원(국내 12위)에 달한다.

그러나 당시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수감 생활에서 벗어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아 수중에 현금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약 30%를 매수하는 데 사재 1000억원을 털어 넣은 뒤였다. 롯데그룹의 '거미줄식' 순환출자 구조에 비판 여론이 일던 시점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청년희망펀드에 대통령도 출연했기 때문에 저도 해야 한다고 실무진이 권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은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이라 우리만 안 내면 안 된다'고 해서 70억원을 냈다"며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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