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협력업체 납품거부 우려 커지자 "부풀려진 얘기, 소수에 불과"

유통 중국실적 만년적자 맞물려 철수설 나오자 "사실 아니다" 부인

롯데마트 중국 베이징점 입구에 중국 공안들이 지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롯데에 제품을 납품하면 비애국?’

주한미군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대에 부지를 제공한 ‘괘씸죄’에 걸려 불매운동 반한(反韓)감정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는 중국 롯데마트가 이번엔 현지 납품업체의 조직적인 납품 거부 움직임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업계와 중국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보복성 영업정지 조치로 문을 닫거나, 매장 앞 중국인 시위로 휴점한 롯데마트 수가 전체 99개 중 90개에 육박한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롯데마트에 물건을 제공하는 현지 납품업체들이 잇따라 상품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부 언론은 중국 유통업계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지 납품업체 간에 ‘롯데에 물건을 납품하면 비애국’이라는 말들이 퍼지면서 일부 납품업체들이 제품을 자진 철수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납품업체의 물건을 제공받아 수수료를 챙기는 수익 구조가 무너져 롯데마트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온라인쇼핑몰에서도 롯데에 대한 보복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지 최대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텐마오(Tmall·天描)는 이달 초부터 롯데제품을 구입 리스트에세 아예 제외했고, 온라인 화장품 유통업체 쥐메이요우핀(聚美優品)도 자사 SNS 계정에 ‘롯데 제품을 매장에서 없앴고 앞으로도 롯데 제품은 팔지 않겠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롯데마트 중국 전체 매장의 90% 가량이 사실상 ‘휴점’인 상태에 온라인 판매망까지 불매 보복을 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유통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 롯데마트 점포의 90% 가량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한달에 매출손실만 약 8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롯데마트의 중국 매출 실적이 1조1290억원이며, 월 평균 매출이 94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휴업중인 90% 점포의 매출 감소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롯데는 중국지역 유통사업에서 마트 99개를 포함해 롯데슈퍼 16개, 롯데백화점 5개 등 약 120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국쪽 롯데 유통 계열사들은 연간 2조5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지만 수익성에선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유통 부문이 지난 2008년 마트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거의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영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여기에 현지 유통업체를 인수한 뒤 영업권 가치 급감에 따른 손실까지 겹쳐 롯데의 중국사업 기반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사업의 장기 부진에 이번 사드 보복의 장기화까지 더해질 경우 과연 롯데가 중국에서 버텨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재계 한켠에서 철수 가능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마트 측은 20일 “중국 납품업체의 철수 내용이 상당히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국내에서 정확한 현지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전반적으로 현지 납품업체의 대거 철수는 없었다”고 반박한 뒤 “철수 협력업체가 없는게 아니지만, 현지 마트 앞에서 중국 소비자와 일부 업체의 불매 시위에서 물건을 넣지 않겠다는 구호가 나온 걸 넘겨짚고 부풀려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점 중인 20개 가량 롯데마트 점포도 계속 쉬는게 아니라 영업상황에 맞춰 3~4시간 부분 휴점을 하거나 자율적으로 하루, 이틀씩 쉴 뿐이지 계속 휴점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 가능성에는 “현재 상황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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