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 정경부 기자
[데일리한국 조진수 기자] 금융감독원이 1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다시 열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대한 기존 중징계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기관경고 조치로 '자살보험금' 파문을 매듭지었다.

양사 대표이사 2명에 대해서도 연임 등이 불가능한 ‘문책경고’가 아닌 ‘주의적 경고’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소비자 편에 서서 대법 판결과 대형 생보사들의 꼼수에 위풍당당히 맞서오던 금감원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징계대상에 올랐던 삼성생명, 한화생명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금감원은 서슬퍼런 규제기관이라는 이미지 대신 친기업적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며 내심 자족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보험업계 전체에 '자승자박'의 무거운 짐으로 금감원과 보험사 양쪽을 모두 짓누를 공산이 커 보인다.

보험사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약관 제정시엔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달콤한 보장들로 신규 가입을 부추기고, 지급 시기가 오더라도 감독당국이 눈치채기 전까지 묵묵부답으로 넘어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금감원이 알아서 솜방망이 처벌을 해줄테니 보험금을 꼭 제때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덜게 됐다.

혹여 소비자 고발 등으로 금감원에서 제동을 건다고 해도 잽싸게 법원으로 달려가 자기들이 소비자와 맺은 약속에 대한 해석을 일단 법원측에 떠넘기면 그 뿐이다.

만약 법원이 생보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금감원측 경고나 소비자들의 원성이 어떻든 금전적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벌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감독당국이 다소 강경하게 대응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징계 수위가 최종 결정되기 며칠 전 ‘전액 지급 결정’이라는 찬스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원래 지급했어야 할, 그것도 자신들이 직접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관에 명시한 것을 지급하는 것이니 엄밀히 말해 손해 볼 일도 아니다. 하지만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약속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시기야 어찌됐던간에 결과적으로 지급하기만 하면 ‘사후 수습 노력을 감안해' 그리 큰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2017년 3월 16일 결정을 통해 명명백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이런 시스템으로 흘러가는 보험업계에 매달 보험료를 납입하고 사고가 생길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해주길 '하소연'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걸은 이의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며 눈길을 걸을때도 뒤에 오는 사람이 엉뚱한 길로 들어설까 조심조심 걸었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그립다.

방향을 잘못 정한 '금감원의 이정표'를 그저 믿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소비자들의 앞 길이 깜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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