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내달 주총에 안건 상정 '사실상 의결'

11조 적자회사 4년만에 11조 흑자전환 성공

전력 세계1위·신용등급 AA 글로벌 입지 구축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한전
[데일리한국 이진우 기자] 2012년 12월, 당시 5년연속 누적적자 11조원에 이르는 한국전력공사(한전)에 ‘패전투수’ 경영자로 등판했던 조환익 한전 사장(67).

‘길어야 6개월짜리 CEO에 그칠 것’이라며 냉소속에 취임했던 조 사장이 사실상 5년 연속 연임에 성공했다.

20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한전 이사회는 오는 3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 조 사장의 연임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주총에서 연임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로 임기 만료 예정인 조 사장은 다섯 차례 연임을 일궈내며 오는 2018년 2월까지 한전을 이끌게 돼 ‘5년 2개월의 최장수 한전 CEO’ 신기록도 얻게 된다.

업계에선 조환익 한전 사장의 연임 비결로 ‘위기돌파 혁신 리더십’을 꼽는다.

2012년 조 사장의 취임 당시 한전은 ‘11조원 빚덩이’로 위기일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취임과 함께 경영체질 개선에 나서 유연(Soft), 개방(Open), 신속(Speed)를 압축시킨 ‘S.O.S 경영’으로 조직 혁신 및 사업 조정에 나선 결과, 만성적자의 한전을 1년 만에 흑자로 올려놓았다.

2012년 3조2000억원의 적자를 이듬해인 2013년 2000억원 흑자로 돌려놓는데 성공했고, 2015년 영업이익 11조 3000억원으로 최대실적을 거둔데 이어 지난해 12조원으로 최고기록을 갱신하며 2년연속 1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놀라운 경영실적은 한전의 글로벌 위상도 바꿔놓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기업순위에서 한전은 전력 분야 세계 1위를 등극했다. 특히 아시아기업 최초로 누리는 전력 세계 1위여서 의미가 남달랐다.

취임 전인 2012년 전력 세계순위 30위에서 2015년 4위로 크게 격상한데 이어 1년 만에 마침내 글로벌 톱을 차지한 것이다.

포브스 선정 기업순위의 전체 산업종합 순위에서도 한전은 2012년 580위에서 2015년 171위, 지난해 97위로 조환익 사장 취임 이후 무려 약 400단계나 껑충 뛰어올랐다.

또한 2013년 135.8%에 이르던 부채 비율도 2015년 99.9%로 떨어뜨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피치로부터 일제히 ‘AA등급’을 받아내며 글로벌 기업신용도를 한껏 높였다.

위기돌파 능력 못지 않게 주목받고 있는 조환익 사장의 리더십은 현장 소통경영이다.

취임 직전까지 한전은 적자경영뿐만 아니라 전력수급 비상, 밀양 송전선로 설치 갈등, 서울 삼성동 본사 용지 매각 등 어려운 숙제들도 안고 있었다.

전임 사장들이 정부와 전기요금 인상 문제로 마찰을 빚고 불명예 퇴진했던 것과 달리, 조 사장은 전통관료(산업자원부 1차관) 출신 다운 협상 조율 능력을 발휘해 전기료 인상과 요율체계 개편을 무난하게 이끌어냈다.

현지 주민과 심한 갈등을 겪었던 밀양 송전선로 문제도 임직원들에게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 정신을 강조하며 현장과 소통에 주력했다. 본인도 직접 밀양 현장을 33차례나 찾아 주민을 설득하고 합리적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등 진정성을 보임으로써 해결점을 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밖에 고객만족도 16년 연속 ‘우수’등급 유지, 직원만족도 상승 등을 기반으로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 지난해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직원 성과연봉제를 관철시켰다.

국내 에너지산업과 한전의 미래를 위해 에너지 신산업 발굴 및 육성에 지난해 6조 9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고,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원격검침인프라(AMI) 등에 전방위적으로 한전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국내외 대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전이 생존하기 위해 ‘체력 비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전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교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 단위마다 창조적으로 융·복합 에너지를 창출하는 체력을 갖추자는 논지였다. 즉, 소통과 혁신의 시너지로 한전의 미래를 창조적으로 열어나가자는 주문이었다.

스스로 ‘패전투수’로 지칭하며 패배 위기에 놓인 한전의 마운드에 등판했던 조환익 사장은 ‘조직 개혁’의 과감한 직구와 ‘현장 소통’의 부드러운 변화구를 구사하는 ‘전력투구(電力投球) 경영’으로 오는 2018년 2월까지 세계 전력 1위 한전의 마운드를 책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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