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사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항공시장에 진입하려는 저비용항공사(LCC)가 속출하고 있다. 신규 LCC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출혈 경쟁, 안전 문제 등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신규 LCC의 시장 진입에 관한, 업계와 전문가들의 우려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플라이양양’은 작년 12월 국토교통부에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고, 이달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청주를 기반에 둔 LCC인 ‘K에어항공’은 이달 중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에어대구’는 올해 말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노선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경남도는 자본금 1000억원을 출자해 ‘남부에어’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8월까지 타당성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규 LCC 항공 안전 ‘취약’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은 신규 LCC들이 대체적으로 안전문제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규 LCC는 항공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다, 영업이나 정비인력 확보도 어려운 만큼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을 것이라는 우려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신규 LCC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나면, 향후 몇 년 동안은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질 것”이라며 “이들 사업자의 경우 조종사 인력을 충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영업이나 정비인력 확보가 어려워 결국 항공 안전에서 ‘잡음’이 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항공 안전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항공시장과 관련한 시장 규제(운임, 진입 장벽 등)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 규제(항공 안전)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경우 1978년부터 항공시장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신규 항공사들이 대거 진출했지만 1980년대에 항공 사고율이 감소했고, 이는 시장 규제는 완화하면서도 기술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규 LCC 재정 확보 ‘물음표’

전문가들은 또한 신규 LCC들이 항공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재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사업은 최소 2년에서 많게는 10년 정도 적자를 봐야 흑자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규 LCC들이 적자를 보는 기간을 감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정윤식 교수는 “지금 진입하려는 신규 LCC들이 과연 항공 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업자들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항공 사업은 5~10년 정도 적자를 봐야 흑자를 보는 구조이고 최소한 2년을 버틸 수 있는 400억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허희영 교수 역시 “항공 산업은 향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겠지만 그만큼 공급도 느는 구조인데다, 영업 마진이 굉장히 낮고, 경기 변동에 따른 여파(탄력도)도 상당히 커 쉽게 이익을 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며 “항공업만으로 돈을 버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부대사업 등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포항이나 대구를 기점으로 한 신규 LCC들은 재정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항공사 출혈경쟁 ‘가속화’

업계와 전문가들은 신규 LCC들의 시장 진입으로 궁극적으로 시장 자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기존 항공사들과 신규 LCC들의 출혈 경쟁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항공사들의 경쟁이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LCC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출혈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이 심화되면, 기초 체력이 튼튼한 항공사들 위주로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허희영 교수는 “신규 LCC가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항공사들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형항공사들이 이미 기존 LCC로 인해 중간 거리 노선을 많이 잠식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 중·단거리 노선에서 공급을 늘려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결과적으로 국내 항공 시장은 미국처럼 신규 항공사들이 대거 진입한 이후 항공사들 간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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