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제조·중정비 세계 10위 기술력에 숙련기술자 포진

작년 매출 1조 돌파·영업이익률 10%이상 '성장 양날개'

무인기 1호 공군 납품 앞두고 국내외 20여개사 러브콜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지난 1976년 항공기 면허 조립으로 시작해 현재 무인항공기(UAV) 수출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를 두고 한 말이다.

세계 10위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대한항공 테크센터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오는 27일 대한항공의 보잉 787-9기 도입을 앞두고 보잉의 핵심 부품을 제작해 수출하는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를 17일 방문했다.

부산 대저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총면적 71만㎡(약 21만 5000평), 건물 66개동에 직원만 27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먼저 찾은 테크센터 중정비 공장의 안은 보잉777 항공기의 중정비가 한창이었다. 위용을 뽐내는 항공기 사이사이에 정비사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박홍욱 항공우주사업본부 과장(공장운영)은 “1년에 보통 60대를 중정비 하고 있으며, 1대당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40일이면 중정비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중정비 공장으로 항공기가 들어오면 기골(기체 구조물)의 점검을 주로 진행하는데, 근무자들은 주·야 교대로 8시간 근무를 한다. 경력 20년 이상의 ‘숙련 전문가’들이 전체 근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육안 점검과 비파괴 검사를 병행하면서 항공기 안팎의 문제점을 발견해 수정·보완한다. 박홍욱 과장은 “중정비 공장은 보잉 747-400, 보잉 747-8, 보잉 777, 에어버스 330 등의 항공기를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 근로자들이 미군 RC-12 정찰기의 수직날개 계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중정비 공장에 이어 찾은 군용기 공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군용기를 30~40년 동안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소화하는 곳이다.

창정비(항공기의 유지·수리·해체 후 조립), 수명 연장, 성능 업그레이드 등 군용기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전 과정을 ‘돌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현수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장(사업관리팀장)은 “이 곳은 한국군이 운용하는 모든 군용기와 미군이 아시아 지역에서 운용하는 모든 군용기를 소화한다”며 “미국 본토에서 항공정비수리(MRO)를 위해 이 곳으로 군용기를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10~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정비사들이 군용기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현재 군용기 공장에는 40여 대 군용기의 MRO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군용기 공장은 지금까지 한국군 1700여대, 미국군 4000여대 등 총 6000여대에 이르는 군용기의 MRO 작업을 완수했다.

이현수 부장은 “이 곳에서는 군용기의 모든 구조물을 걷어내 각 구성별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수리를 하고 다시 조립한다. 또한 도장과 시험비행까지 수행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부산 테크센터 군용기 공장은 무인항공기 개발을 완수하고 최종 점검이 한창이다.

공군으로부터 500MD 헬기를 양도 받아 무인화 개발에 착수해 현재 2대를 개발한 상태다. 또한 2015년 12월 31일부터 사단급 무인항공기 개발 사업에 착수해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 중순에 무인항공기 1호기가 군에 납품될 예정이다. 해당 무인항공기는 현재 국내외 20여개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수출 전망도 밝다.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 근로자가 보잉 787 항공기 후방동체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또다른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의 핵심시설인 민항기 제조 공장은 말그대로 항공기의 핵심 구조물을 제작한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복합재를 배합하는 것부터, 가공, 도장, 조립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처리한다. 2004년 보잉사의 787 항공기 제작 및 설계 사업에 참여한 대한항공은 민항기 제조 공장을 통해 787 항공기의 핵심 부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테크센터는 보잉 787 항공기 동체지지용 구조물을 비롯해 후방동체 구조물, 중앙동체 구조물, 연장날개 구조물, 날개 구조물 등 5가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까지 각각 500대 납품을 완료한 상태다. 이밖에도 일본의 후지와 가와사키에도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임이규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장(조립 그룹장)은 “이 곳에서 월 12대, 1년에 150여대 정도를 제작해 세계 각국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787 패키지’의 경우 대한항공이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보잉 787-8, 787-9, 787-10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기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민항기 제조 공장 출입구 왼편에는 ‘고객이 감동하는 그날까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테크센터의 전체적인 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화려하기보다 담백한 느낌이 강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건물과 식당은 군용 막사처럼 단조롭고 소박했다. 대강당이 있는 건물이 오래된 것 같아 몇 년에 완공됐느냐고 묻자 “1996년 3월”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6900여종의 장비와 1만9000종 이상의 치공구를 비롯해 항공기 생산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장비는 공장에 집중돼 있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것과 달리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평범하다고 얘기했더니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게 ‘우리 스타일’”이라고 쿨하게 대답했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평소 기본과 원칙을 강조해온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인 듯했다.

지난해 매출 1조 269억원, 영업이익률 10%를 웃도는 부산 테크센터의 성장은 오직 항공 기술에만 몰두해 온 대한항공의 ‘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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