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하만 인수 등 주요 현안 사실상 올스톱

굵직한 그룹 중요사안은 계열사 CEO 협의체 방식 운영될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창사 79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삼성그룹은 곧바로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지난 1938년 창업 이후 3대로 내려온 삼성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의 3년째 와병에 이어 경영 책임을 지고 있던 이 부회장마저 구속됨으로써 그룹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17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삼성은 당분간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비상경영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열린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조직 해체를 약속했으나, 이번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맞아 한동안 비상경영의 중심 축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미래전략실이 비상경영의 시스템 상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모양새를 갖우면서 실제로는 계열사별 전문경영인들이 각사의 현안을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해나가며 그룹 전반의 굵직한 사안 등에 대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체'라는 집단리더십 체제로 풀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업계에선 미래전략실을 이끄는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마저 특검에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 수사 준비와 출석 등으로 삼성이 비상경영에 전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측도 비상경영체제에서 일단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룹 미래를 결정할 큰 결단은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대형 투자와 사업재편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진행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최고경영자의 공백으로 현재로서는 논의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은 그 최종 단계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자체가 이번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르고 이 부회장의 구속 사유로 작용한 만큼 이같은 지배구조 작업은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또한 장기 로드맵 구상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도 보류될 전망이다.

당장 80억 달러 규모의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만 측에서 주주들이 삼성과의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 이사회에서 인수합병(M&A) 운명을 결정지을 예정이어서 삼성으로선 이 부회장 구속사태가 하만 인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등을 사들이며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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