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보고서 '생존율 3년' 벤처기업 38%…스웨덴 75%, 美 58%와 큰 격차

벤처협회 "엔젤투자 소득공제·M&A 대기업 법인세 감면 혜택 대폭 늘려야"

출처=대한상공회의소
[데일리한국 이진우 기자] 지난해 12월 기준 총 3만 3360개(벤처기업협회 집계)에 이르는 국내 벤처기업의 60% 가량이 창업 3년을 못 버티고 폐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창업 3~7년차 벤처기업들이 매출 부진과 투자금액 부족으로 성장 정체에 봉착, 결국 도산에 이르는 ‘데스 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 초기 단계에 대부분 주저앉고 마는 국내 벤처기업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16일 발표한 ‘통계로 본 창업 생태계 제2라운드’ 보고서에서 창립 3주년을 넘기는 기업 생존 비율은 38%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기업 10곳 중 약 6곳에 해당하는 62%가 3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한국 벤처기업의 3년 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26개국 중 25위를 차지할 정도로 낮다.

스웨덴(7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과반의 생존율을 보인 영국(59%)·미국(58%)·프랑스(54%)·독일(52%)에도 크게 뒤처졌다.

상의 경제정책팀은 벤처기업 생명력이 크게 좀먹는 요인으로 벤처투자 생태계 미비, 판로확보 어려움 등을 꼽았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민간 창업자금인 엔젤투자 규모는 2014년 기준 834억원으로, 25조원에 이르는 미국의 0.3%에 그쳐 국내 벤처업계로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 수원지(水源地)’의 빈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 투자 공급의 열악함 만큼이나 그나마 투입된 자금의 회수 환경마저 불리한 점도 국내 벤처기업들의 단명을 재촉하고 있다.

상의 보고서는 미국 나스닥의 사례를 들어, 미국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나스닥 상장 소요 기간이 6.7년인데 반해 한국 스타트업의 코스닥 진입까지는 평균 13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 법인사업자의 80% 이상이 10년 안에 문을 닫는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하는데 13년을 기대하며 자금을 대는 투자자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국내 벤처기업의 제조 및 마케팅 역량이 낮은 점도 생존율 3년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의 보고서는 이같은 벤처기업 생존율 3년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대기업 등에 지분매각을 통한 투자자금 조기회수를 제안했다. 기업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부족한 투자금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M&A를 통한 자금회수 비중이 한국 1.3%로 매우 저조한 반면, 유럽은 51%에 이르며, M&A 거래규모도 한국 875억 달러로 미국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사)벤처기업협회는 좀더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허영구 정책협력실장은 “초기 벤처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선 시행 중인 엔젤투자의 소득공제 폭을 현행 연 1500만원에서 연 5000만원까지 100%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내 엔젤투자 규모는 벤처 붐에 힘입어 2000년 5000억원까지 늘었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2004년 400억원 수준으로 추락했다가 지난해 상반기 1100억원으로 미약하게 회복한 상태다.

허실장은 엔젤투자가 회복세로 돌아선 요인이 바로 엔젤투자에 소득공제제도가 도입된데 힘입은 바 컸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고서가 제시한대로 대기업 주도의 벤처기업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인수(매수)금액 10%에 법인세 공제 혜택을 역시 50%까지 대폭 상향조정 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허실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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