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구속위기 모면 땐 이르면 3월 사장단·임원 인사 단행될수도

구속되면 미전실 해체·쇄신안 등 줄줄이 미뤄지고 현상유지 집중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 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영장을 발부할 지, 아니면 또 기각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에 대한 지속 가능여부와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가능성 등이 여기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다시 기각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이번에 이 부회장에게 새로 추가된 혐의는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인데 이는 기존 혐의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다 뇌물 혐의와 관련 핵심 쟁점인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에 대한 소명이 큰틀에서 진전되지 못해 법원이 여론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전과 같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특검은 지난달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났던 1차 영장 청구 때와 달리, 이번에는 보강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구체화해 이 부회장의 범죄사실에 포함했다며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특검은 영장 기각 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구속시킨 만큼 이 부회장 사건에서도 1차 영장 기각 이후 상당한 보강수사가 진행돼 영장 결과가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 재청구 자체가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1차 때보다 좀 높아졌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판사의 재량이지만 이같이 큰 사안의 경우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내다봤다.

15일 법조계·재계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이다.

삼성그룹은 특검의 영장 재청구에 대해 입장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며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1차 영장실질검사와 결정 과정의 선례로 비춰보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다음날인 17일 새벽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 보인다.

만약 이 부회장의 영장이 재차 기각되고 오는 28일까지로 예정돼 있는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3월 중 삼성의 경영 쇄신안과 후속 사장단·임원 인사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온다. 또한 삼성이 이번 쇄신안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새판 짜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특검 수사가 끝나는 대로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로 한 만큼 미전실 해체에 즈음해 계열사 사장단·임원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심판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사장단 인사가 나지 않겠느냐”며 “대내외에서 여러 현안이 있지만 기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만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장단·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신사업 분야인 전장부품, 바이오, 인공지능 등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부회장이 구속을 재차 면하더라도 불구속 수사를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향후 재판과정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은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벗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반의 현안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 경영체제로 운영되며, 미전실 해체와 경영쇄신안 등은 미뤄지고 현상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 임원인사는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일부 임원인사는 실시했지만 정기 임원인사는 5월로 연기된 바 있다.

또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반부패를 강조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삼성의 향후 M&A·신성장동력 등 글로벌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17일 미국의 전장(전기장치)기업인 하만의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신수종사업 인수 추진을 위한 양사의 합병안 가결 여부를 결정하는 사안을 앞두고 있다.

삼성과 하만이 이미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가결을 우려할 만한 상황을 아니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주총 당일 안건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의 구속되면 삼성전자가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있어 하만의 주요주주들이 삼성의 경영능력에 의심을 품을 수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승인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최근 일부 주주들이 하만 이사진을 상대로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협화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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