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이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같은 회계 법인에 감사를 맡기는 평균 연수가 6.8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회계부정 방지를 위해 외부감사인 선임 시한을 6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넘어서는 기간 동안 같은 회계 법인에 감사를 맡겨온 것이다.

25일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483개 기업의 2015년 말 기준 외부감사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같은 회계 법인에 감사를 맡긴 기간은 평균 6.8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이 동일 외부감사인의 유지 연한으로 정한 6년을 넘긴 곳도 269개사(55.7%)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중공업, 영풍, 한국야쿠르트 등 5곳은 외부감사인을 공시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회계 법인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은 18년째 삼일 회계 법인이 회계 감사를 맡고 있고, 현대차와 한국야쿠르트는 안진 회계 법인이, 영풍은 한영 회계 법인이 감사를 맡아온 것으로 파악된다.

15년 이상 같은 회계 법인에 감사를 맡긴 기업도 이들 5곳을 포함해 총 45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붙박이’ 감사 행태는 일본이나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동일 회계 법인에 감사를 맡길 수 있는 기간을 5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회계 법인의 담당 최고파트너가 바뀔 경우에 한해서만 동일 회계 법인에 감사를 계속 맡길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딜로이트(Deloitte)가 15년째 회계감사를 맡은 기업이 3개에 불과했고, KPMG와 언스트앤영(Ernst & Youn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도 최장 13년째 회계감사를 수행 중인 기업이 각각 6곳, 9곳, 13곳 수준이라고 CEO스코어는 전했다.

회계 법인 별로 살펴보면, 삼일 회계 법인이 500대 기업 중 153개사(31.7%)의 회계감사를 맡아 가장 많은 감사를 담당하고 있고, 이어 안진 회계 법인이 101개사(20.9%)로 2위, 삼정 회계 법인이 95개사(19.7%)로 3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한영 회계 법인이 69개사(14.3%)로 4위를 차지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상장회사가 6년간 동일 회계 법인에서 감사를 받으면 이후 3년 동안 다른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제도는 입법과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2019년에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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