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인 재앙' NAFTA 재협상 이어 공약 이행 "美노동자에 좋은 일"

자유무역·中견제 입장 매케인 등 공화당 일부는 "중대한 실수"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계획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EPA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미국이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TPP 탈퇴 계획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TPP 탈퇴는) 미국 노동자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TP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미국의 주도로 결성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2015년 10월 타결됐다.

미국을 포함해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싱가포르·칠레 등 아태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TPP를 “미국에 잠재적인 재앙”이라고 주장하며 당선되면 취임 100일 이내에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서명은 이같은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취임 뒤 곧바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을 밝힌데 이어 TPP 탈퇴마저 공식화함으로써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라는 국익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노믹스 무역정책이 본궤도에 올랐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빌리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양자무역협정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이번 주 내에 무역 관련 행정명령이 추가로 나올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가질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이같은 ‘미국 우선’ 무역정책을 설파할 예정이다.

오는 27일 백악관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 양자무역협정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NAFTA와 이민자 문제, 국경치안 문제 등을 재협상하기 위해 오는 31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조만간 회동할 계획이다.

이같은 트럼프의 TPP 탈퇴 방침이 확정되자 민주당 진보파와 미국 노조는 반색한 반면, 공화당 일부에선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로 TPP 폐기를 공약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TPP가 완전히 죽게 돼 기쁘다. 지난 30년 동안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를 포함해 수백만 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임금인하를 초래한 심각한 무역협정들이 있었다”고 지적한 뒤 “이제 다국적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새로운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환영했다.

밥 케이시(펜실베이니아), 태미 볼드윈(위스콘신)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트럼프의 TPP 탈퇴 서명에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등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 소속의 일부 의원들은 TPP 탈퇴로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 및 지위가 약화되고, 대신에 중국의 입지가 커질 것을 걱정하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의 경제와 아·태 지역 내 미국의 전략적 위치에 지속적 결과(부정적 영향)를 야기할 중대한 실수”라며 TPP 철회를 비판했다.

특히 미국의 TPP 탈퇴가 중국측에 미국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경제 규칙을 새로 쓰는 시대를 열게 하는 동시에 ‘미국의 아·태지역 이탈’이라는 걱정스러운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탈퇴 결정으로 TPP가 사실상 폐기 운명에 처하자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가 가장 먼저 TPP 가입국들과 개별적으로 양자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엘 우니베르살 등 멕시코 언론들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이날 멕시코의 외교정책 기조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새 행정부와 NAFTA 재협상을 하면서 미국·캐나다와 무관세 교역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의 국경장벽 건설 방침에도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장벽이 아닌 다리 건설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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