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취임후 첫 행보로 노조 사무실 방문 등 유화적인 태도 보여

“조원태 사장 취임후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했던 노사 갈등에 긍정적인 기류 감돌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조양호·조원태 부자(父子)가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취임 이후 첫 행보로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한항공 노사 모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노사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며 “조원태 사장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23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사측과의 갈등에 작지만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아직 사측과 임금 협상에 대해서는 진전된 부분이 없다”면서도 “조원태 사장이 첫 행보로 노조를 찾고, 사측이 노조 소속 부기장 14명에 대한 기장 승격 심의를 통과시키는 등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전보다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실제 조원태 사장은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소통 경영’에 방점을 찍고 “(노조와) 대화를 하다 보면 중간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이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도 “조원태 사장이 취임한 이후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했던 노사 갈등에 긍정적인 기류가 감돌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조원태 사장의 행보는 그동안 조양호 회장이 노사 갈등에 보여온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2015년 12월 28일 대한항공 노사 임금교섭이 결렬된 이후 노조가 쟁의과정에 돌입하면서 수십명에 달하는 인원이 불이익을 당했다.

노조 관계자는 “쟁의과정에서 비행정지 1주일 2명, 견책 8명, 정직3개월 2명, 정직2개월 8명, 기장 승격 훈련요원 누락 14명, 전환교육중 원기종 복귀 2명 등 노조 활동을 하면서 사측으로부터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당한 인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외에도 교관 자격 면직 등 다수 노조원이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

더욱이 조양호 회장이 노조를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것도, 노사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작년 4월 대한항공 소속 부기장이 조종사의 업무에 대해 언급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 등의 댓글을 달아 조종사 노조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이에 노조는 같은 해 5월에 조 회장을 모욕죄 및 명예훼손 혐의 등의 혐으로 고소하면서 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노조가 과거 주장했던 37%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서도 “노조가 잘못 나온 기사를 근거로 과도한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수정하고 사과해야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사과가 없으면 대화도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노사 갈등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양호 회장의 발언이 대한항공 노사 갈등을 부추겼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종사들은 프라이드(자부심)가 강하기 때문에 조 회장의 발언은 조종사 노조에게 심한 모욕감을 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사 갈등으로 노조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측이 노사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다보니 대한항공 노사 갈등이 심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기존 입장과 달리, 조원태 사장이 전향적인 행보를 펼치면서 노사 관계에도 훈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신호가 흘러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현실적으로 무리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도 맞지만, 그동안 대한항공 사측도 노사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행보를 펼치다 보니, 양측의 갈등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와 달리, 조원태 사장이 취임한 이후 노조에 유화적인 행보를 펼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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