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은 재계의 발걸음이 무겁다.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 모두 ‘암초’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일본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통화 교환 협정(통화스와프) 논의중단 사태까지 번지는 등 대외변수에 따른 정세 악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도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등 정치적 이슈로 일부 주요 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까지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대한민국 기업들은 ‘위기극복 DNA’를 지니고 있어 외환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위기상황에서도 성장을 지속해 왔다. 기업들은 저마다 변화와 혁신, 신성장동력 창출 등을 강조하며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새해 경영 전략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한화그룹은 올해 사업분야별 미래 핵심역량을 키워 새로운 성장기회를 선점할 사업구조 고도화에 힘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태양광·방산·화학 등 핵심사업의 글로벌 1등 전략을 지속하고 성과가 부진한 사업분야는 내실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달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올 한해 패러다임의 대 전환기를 맞아 새 생각, 새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 시대에 걸 맞는 리더십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선 방산부문은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화학부문은 고부가가치의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할 방침이다. 태양광 부문은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선도기업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간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 부문은 매각하고 석유화학 및 태양광 부분의 수직 계열화를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화그룹은 또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산·화학 5개사를 인수했다. 한화그룹은 2014년 삼성그룹에서 4개사(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두산그룹으로부터 한화디펜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방산부문에서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일류 방산기업과도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정사업 영역으로 내수시장 중심으로 경쟁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선진 방산기업들처럼 대형화·집중화·다각화를 통해 연구개발·생산·후속 군수지원 등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무기체계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은 화학부문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고부가 아이템 사업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속적인 혁신활동 및 핵심역량 집중으로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존 범용제품을 고부가화(PVC→CPVC, 가소제→독성을 없앤 친환경 가소제 등)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 에틸렌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한 유분을 활용한 고부가 아이템을 개발하고, 카이스트(KAIST)와 미래기술연구소를 공동으로 설립해 미래형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하는 등 기술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한편 북미시장의 공략 외에도 신흥시장인 인도·터키 등으로 사업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사업성과를 내면서 한화큐셀은 2015년 2분기 흑자전환 이후 흑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석에너지 부활을 선고하면서 수주 절벽이 우려됐지만 한화큐셀은 최근 미국 2위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와 약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태양광 모듈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번 수주로 시장의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태양광 산업의 주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중국 태양광 수요가 회복되는 것도 한화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는 관련 제도적 이슈 및 위기요인에 철저히 대응하면서 핀테크,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반의 차세대 성장엔진을 확충하고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신계약가치 기반의 상품판매, 보험 본원적 손익관리 강화, 운용자산이익률 제고 등을 올해 3대 중점 추진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고객과 설계사가 참여하는 상품개발 채널을 구축해 신상품을 출시하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에 대비해 올해 1분기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또 투자부문에서 해외 비중과 중위험 중수익 자산군을 확대하고, 해외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승연 회장은 “4차산업은 우리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라며 “신기술, 신사업, 신시장을 개척하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4차산업에 대해 “계열사별로 관련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라며 “계열사별로 4차산업을 추진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그룹차원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화그룹이 올해 공격경영을 펼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최근 2년간 사업 재편은 마무리됐고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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