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신용대출 1년 만에 32% 증가…이자 부담↑

올해도 은행권 대출심사 강화에 '풍선효과' 이어질 듯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증가 억제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이 대출을 옥죄면서 시중은행을 이용했던 고·중신용자가 제2금융권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선효과'로 인해 저소득자들의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대출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12조4000억원으로 1년 사이 32.5%(3조원) 늘었다. 신용대출 증가율은 2014년 말 11.0%, 2015년 9월 16.5%, 2015년 말 18.4%로 꾸준히 높아졌고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에는 제2금융권이 주도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해질 것 같다"며 "취약계층이 계속 돈을 빌리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제2금융권 대출의 경우,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시장금리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취약차주의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작년 11월 현재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2.19%로 예금은행 가계대출(3.20%)의 7배 수준이다.

신용카드사나 캐피탈 등의 장기대출 서비스인 카드론도 증가했다. 작년 9월 말 카드론 잔액은 23조원으로 1년 사이 11.6%(2조4000억원)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전업 카드사 8곳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연 15% 안팎이다. 그만큼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빚을 지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모두 고금리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상호금융 등 다른 제2금융의 대출도 거침없이 증가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작년 9월 말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24조1000억원)의 47.0%를 차지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한도를 뜻한다. LTV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2015년 말(43.0%)보다 4.0% 포인트 높아졌고 2014년 말(27.4%)과 비교하면 무려 20% 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에서 저소득(연 소득 3000만원 미만) 차주의 비중은 2013년 말 27.4%에서 작년 9월 말 32.3%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한은은 "보험사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 압력과 함께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상호금융조합은 저소득 취약차주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위험(리스크) 관리가 긴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인해 제1금융권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조짐이다. 은행의 대출심사 강화로 저소득층, 저신용층이 제2금융권을 두드리는 '풍선효과'가 계속될 개연성이 있다.

작년 12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경기가 대출수요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 기타대출과 비(非)은행 대출의 위험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금융정책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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