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발부시 , 삼성 ‘3중고’ 위기

일각선 “경영공백 큰 충격 안 올수도 "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데일리한국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생애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뇌물죄 등의 혐의로 지난 16일 청구된 구속영장이 18일 중 발부될지 기각될지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오전 10시30분부터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며 이날 밤 늦게나 영장 발부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15분쯤 강남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잠시 출석한 뒤 법원으로 옮겨 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되며, 영장 심사 후 특검에서 대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예견할 수 없다"며 “그룹 차원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대비해 법무팀을 중심으로 외부 법무법인과 함께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법무팀 2명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0여명이 이재용 부회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명의 18일 밤, 만약 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부회장은 즉각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이 부회장 부재시에는 삼성그룹이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는 등 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경영 공백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불가피하지만 전반적인 기업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삼성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사와 조직개편을 미루고 올해 경영계획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반부패를 강조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삼성의 향후 M&A·신성장동력 등 글로벌사업에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이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국 전기장치(전장) 기업 하만 인수 계획이 삐걱대고 있다. 삼성은 하만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자율주행 분야로 역량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하만 인수금액은 80억달러(9조6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인 하만 대주주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최근 일부 주주들이 하만 이사진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협화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하만합병의 길이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국제적인 협상시 상대가 약점을 보이면 꼬투리를 잡아서 가격을 많이 받으려는 전략이 나온다”며 “치열한 밀당(밀고당기기)이 펼쳐질 공산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각각의 전문경영인이 이끌어가고 그룹 전반과 관련된 사안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CEO들이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결정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해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태이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재계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재계는 또 국내 최대 기업의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으며, 이같은 분위기가 여타 대기업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특검이 삼성에 대해 수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대가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데다 도주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없는데도 이 부회장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과한 건 아닌가 본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공백 리스크가 클 것으로 우려되며 당장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또 일자리 감소 등 실물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오너 공백 리스크가 오더라도 삼성이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 공백이 오겠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만큼 큰 충격이 안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그룹은 법원 영장실질 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부회장 측은 자신이 뇌물 공여자가 아닌 강요 행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런 논리에 힘이 더 실릴 수 있다.

다만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삼성의 이미지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며이 부회장이 불구속 수사를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반면 특별검사팀은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16일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만약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 ‘특검이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자칫 기각 결정을 내린 법원쪽으로 엉뚱하게 불똥이 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뇌물죄 수사는 속도가 떨어지고 특검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증거 수집 등에 더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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