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로고.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소난골 드릴십(원유 시추선) 인도 문제와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진척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조선 3사’가 각자의 아킬레스건을 어느 정도 해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우조선은 소난골 측과 드릴십 2기에 대한 유지·보수 업체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고, 현대중공업은 이 회사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분사 등 구조조정 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구조조정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앙골라 국영 석유업체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기 인도와 관련해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우조선 협상팀은 지난 9~13일 출국해 소난골 측과 드릴십 2기의 유지·보수 업체 선정에 관한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유지·보수 업체가 선정되면 그 다음에는 용선처를 찾게 될 것이고, 향후 정상적으로 인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드릴십 인도와 관련해 이전보다는 긍정적인 환경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소난골의 상황이 명확치 않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환경 여건이 이전보다 훨씬 개선돼 시황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인도가 진행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난골 드릴십 건조와 관련해 대우조선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환경 여건도 이전보다 훨씬 개선됐기 때문에 시황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드릴십 인도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은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기의 인도 지연으로 1조원 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94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해결해야 하는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드릴십 인도 문제는 최대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인도 시점은 작년 6월이나 7월로 예정됐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소난골이 경영난에 봉착했고 인도가 연기되고 있다. 해당 드릴십은 여전히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앞바다에 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우조선은 드릴십으로 시추한 원유 판매권 등을 담보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채권단)이 소난골에 자금을 융통해줄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작년 말부터 국제유가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드릴십 인도 문제가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경.

노조와의 갈등으로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어온 현대중공업도 한 숨 돌린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법이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기한 '전출명령·희망퇴직 모집 등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작년부터 설비지원과 생산지원, 터보 기계·그린에너지·로봇분야 일부 사업을 분사하고, 설비지원과 생산지원 분야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모스 주식회사를 설립해 전문회사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희망자의 지원을 받아 전직시키는 등 구조조정 진행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회사의 인사 조처는 실질적 정리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반발해왔으나, 법원이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임금·단체협약과는 별개로 사측의 분사 결정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예고해왔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노조의 투쟁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 측과는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노사가 임단협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영국의 글로벌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하는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매드독(Mad Dog)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를 수주했고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 애니(ENI)가 발주한 3조원 규모의 FLNG(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 수주도 확보해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국내 조선 3사가 각자의 ‘아킬레스건’을 어느 정도 해결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위기탈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긍정적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선에 대한 수주 여건이 어느 정도 개선됐고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중단됐던 해양플랜트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돼 조선 3사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성인 연구위원은 “상선 발주는 2014년부터 지속 줄어든 반면 선박 해체량은 많이 진행된 만큼, 수주 여건이 어느 정도는 개선된 상황”이라며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비용 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을 40달러 대까지 낮췄고 국제유가가 50달러 선까지 회복됐기 때문에 중단됐던 해양플랜트도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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