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작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도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위기를 겪어온 한진그룹이 다시 비상의 날개짓을 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 대외적인 악재가 도사리고 있지만,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취임으로 그룹 내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400억원을 달성하면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대한항공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0년(1조2358억원) 이후 6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하게 된다.

대한항공의 1조 클럽 복귀에도, 작년 한진그룹은 수많은 악재에 시달려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등 갖가지 암초에 표류해왔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는 등 한진그룹의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들 악재를 딛고 한진그룹은 올해 비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겸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 체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42세인 조원태 사장 취임으로 대한항공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바람이 부는 분위기다.

조원태 사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달러 강세, 유가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 외에도 조 사장은 안전과 서비스 등 기본을 충실하게 지켜나가면서도 모든 업무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과감하게 원가절감 방안을 찾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가시적으로 변화와 혁신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조원태 사장 취임 이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사장 취임에 발맞춰 대한항공은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일단 대한항공은 올해 캐나다 항공기 제작업체 봄바디어의 CS300 8대를 비롯해 보잉 B787-9 5대 등 17대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4월 동북아 항공사 최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 서부 노선을 증편할 예정이다.

물론 올해는 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작년보다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016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약 1225.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작년 9월 말(917.3%)보다 308%나 부채 비율이 급등한 것이다.

또한 아직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 협상이 일단락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측은 오는 15일까지 임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이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올해 3월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3월 말 기준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약 900%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외에도 한진그룹이 타 그룹과 달리 ‘최순실 게이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그룹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른바 ‘민원’을 넣고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있는 반면, 조양호 회장은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상대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특검 조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자유로운 상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이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유상 증자를 실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한항공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한항공의 공격적인 경영행보는 긍정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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