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연구소 "올해 카드사 당기순익 100억원 감소 예상"

국내 카드사 CEO 신년사에서 '디지털' 강조… "사활 걸었다"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올해 국내 카드사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큰 폭 증가하며 힘든 출발을 하게 됐다. 게다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비자카드 등 해외 대형 카드사의 해외 결제 수수료 인상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디지털 혁신과 새로운 사업 발굴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올해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익이 지난해보다 100억원 줄어든 2조500억원에 그칠 것으로 12일 전망했다. 카드수익은 2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2000억원(6.3%)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자 및 카드비용도 1조1000억원(8.1%) 증가한 14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수익기여도가 낮은 공과금 및 체크카드 비중 확대, 업권 간 경쟁 심화, 조달 비용 상승으로 올해 당기순익은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카드사의 신용판매(일시불, 할부, 체크) 이용 실적은 올해보다 7.9%, 카드 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 이용 실적은 0.9%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카드 대출 중 현금서비스는 4.5% 감소하지만, 카드론은 8.8% 늘어 전체 카드 대출 가운데 카드론 비중이 4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선임연구원은 "신용판매 부문의 카드결제 확대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수익성 증가는 제한적"이라며 "카드 대출 부문은 카드론 중심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중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 심화와 연체율 및 조달 비용의 상승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카드사들은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현금 사용 비중이 줄어든 대신 신용카드 사용이 늘었고, 간편결제 사용이 확대되면서 모바일카드 보유 비중은 2배 가량 증가했다. 국내 카드사 최고 경영인(CEO)들은 신년사에서 '디지털'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전략 방향을 'DT(Digital Trasformation) Drive'로 수립하고, 기존에 추진해 온 속도경영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 사장은 "전 영역 디지털화를 통한 업무 효율화와 비용 절감으로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면서 "빅데이터 지원을 확대하고 신기술 융합 역량 강화, 신사업 발굴 등 빅데이터를 미래 성장 기반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해 구축한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이 체감하는 실질적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화를 통해 개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24시간 365일 심사·발급 체계를 구축, 연중무휴 카드 발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올해 '디지털 현대카드' 프로젝트의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디지털회사로 업종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는 디지털화는 금융사업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며 "금융에 인공지능(AI)을 적당히 적용한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 컴퍼니로서의 근본적인 DNA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은 "지급결제 시장의 패러다임이 모바일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유기 채널의 다각화, 빅데이터 기반의 경쟁력 제고, 고객 중심 업무프로세스 개선, ICT 변화 환경에 따른 신기술 도입 등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카드사들의 사업 발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온라인·모바일 자동차금융인 '다이렉트오토'와 빅데이터 기반의 가맹점 지원 통합서비스 'BMP'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도 계속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내는 카드사도 눈에 띈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인도파이낸스'의 신용카드 사업에 대한 현지 승인을 받았고, 유니온페이 인터내셔날(UPI)과도 전략적 협약을 맺어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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