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LG이노텍 디바이스 중심…LG유플·LG CNS IoT 사업 전개
R&D 투자 확대 모드…“경영 승계작업 더뎌지는 것 아니냐” 지적도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은 재계의 발걸음이 무겁다.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 모두 ‘암초’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일본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통화 교환 협정(통화스와프) 논의중단 사태까지 번지는 등 대외변수에 따른 정세 악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도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심판 등 정치적 이슈로 일부 주요 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까지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대한민국 기업들은 ‘위기극복 DNA’를 지니고 있어 외환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위기상황에서도 성장을 지속해 왔다. 기업들은 저마다 변화와 혁신, 신성장동력 창출 등을 강조하며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새해 경영 전략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사업 구조 고도화의 속도를 한층 더 높이자“며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구 개발(R&D)과 제조의 변화가 필요하고, 제조 분야도 틀을 깨는 시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앞서 저성장 시대의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해법으로 R&D에 대한 투자를 수차례 강조했다.
이에 LG그룹은 R&D를 통한 혁신에 집중하며 해마다 R&D 투자액을 늘려왔다. LG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는 R&D에 2012년 4조8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13년 5조4000억원, 2014년 5조9000억원, 2015년 6조 3000억원을 자금을 투입했다.
특히 LG그룹은 자동차 전기장치(전장) 부문과 바이오 분야를 미래성장 동력사업으로 꼽고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장의 경우 IT기술과 자동차 산업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0여년간 공들인 LG전자의 신성장동력인 전장부품사업도 올해부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자계열인 LG전자와 LG이노텍이 융복합 디바이스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 통신계열인 LG유플러스와 LG CNS는 IoT 솔루션 및 서비스, IoT 플랫폼 등을 개발해 제공하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LG전자는 IoT, AI 등을 융합해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딥 러닝, 지능화 등이 가능한 생활로봇까지 큰 폭의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마트 가전을 중심으로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한 후, 스마트홈과 연계한 생활로봇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나아가 로봇 플랫폼에 자율주행 기술을 융합해 상업용 로봇 등 다방면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최신 기술들을 융복합해 다양한 IoT용 스마트 부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의 주요 IoT 부품들은 △문열림, 동작감지 등 스마트홈용 센서 △움직임 및 호흡을 감지하는 레이더 모듈 △가스 농도와 성분을 감지하는 가스센서 △의류 원단처럼 둥글게 말 수 있고 센서 표면 전체에서 압력을 감지하는 섬유형 플렉시블 압력센서 등이다.
LG유플러스는 홈, 공공, 산업 분야 등 우리 삶 전반에 IoT를 구축해 네트워크부터 플랫폼까지 총괄하는 IoT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LG CNS는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영역, 생산 영역, 지원 영역에서 다양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구축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계열사간 융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202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마곡에 건설 중인 대규모 R&D 기지인 ‘LG 사이언스파크’를 4차 산업을 이끌 융복합 연구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LG그룹은 이 외에 밸류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의 속도와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성장사업으로 배터리, 올레드(OLED) 등을 밀고 있다”며 “사업부문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일하는 방식을 체계화하고 신속하게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LG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경우 각각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상무는 지난해 3월 전후로 지분 매입에 나서며 그룹 내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지난해 그룹인사에서 승진 대상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전무 승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지주회사에서 경영수업을 계속 받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다는 것이다.
구 상무가 승진이나 계열사 이동 등 변동 없이 지주회사에 계속 근무하는 것은 오너가이지만 충분히 경영수업을 받아야 하는 LG 고유의 기업문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LG그룹 측의 설명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경영승계 작업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과)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9조2000억원인 반면 LG전자는 적자가 났다”며 “LG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탄핵 정국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고 대외 상황도 좋지 않아 LG가 좀 더 안정화된 후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