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로고.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작년 최악의 수주가뭄으로 몸살을 앓아온 조선업계가 올해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국제 유가 상승 등 작년보다 일부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올해 대규모 수주가 예상되는 삼성중공업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노동조합 파업 등의 악재가 예상돼 업체 간 희비는 엇갈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작년 최악의 수주가뭄이 올해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등 조선 3사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역시 수주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생존 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역설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매출 목표를 10년 전 수준인 14조9561억원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한국의 수주 잔량은 13년 6개월 만에 2000만CGT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2월 말 기준 수주 잔량은 1989만CGT로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일본(2007만CGT)에 다시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까지 밀려난 실정이다.

수주 잔량은 수주를 받아놓은 일감을 의미한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4~5년 치에 해당하는 일감을 확보했던 한국이 이제 불과 1년 치 일감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뼈아픈 현실 그 자체인 셈이다. 그만큼 올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수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주가뭄이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다만 올해 국내 조선 3사의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는 반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와의 갈등으로 구조조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영국의 글로벌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하는 ‘매드독(Mad Dog)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Floating Production Unit)를 수주했다. 수주 규모는 약 1조 5000억원(12억 7000만 달러)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또한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 애니(ENI)가 발주한 3조원 규모의 FLNG(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 수주도 확보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삼성중공업은 협상이 진행 중인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있어 타 업체보다 상황이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달 지난 2013년 덴마크 머스크 드릴링사로부터 수주한 해양시추설비인 잭업리그(Jack-up Rig) 1기를 정상적으로 인도했다. 이번 인도 완료를 통해 대우조선이 확보한 대금은 약 4600억원이다.

대우조선 측은 올해 인도 예정인 7기의 해양플랜트(소난골 드릴십 2척 포함) 중 첫 번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인도했기 때문에 향후 생산 일정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분사 카드’를 꺼내면서 올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있다.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의 분사 결정이 사실상 노조를 해체하려는 수순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작년 12월 12년 만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복귀하는 등 사측의 분사 결정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노조는 오는 11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파업도 벌일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사업장 내에서만 진행되며, 3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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