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두산 실적 개선…포스코 실적 악화에 해외수주 '0'

박정원(왼쪽) 두산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박정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그룹과 권오준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료전지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은 연료전지사업에 뛰어든 지 2년만에 호실적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는 두산보다 한발 앞선 2007년 관련 사업에 진출했지만 실적 악화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두산은 미국 등에서 해외수주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포스코에너지는 현재까지 해외수주 실적이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헝그리 정신, 연료전지사업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 경영수완 차이를 꼽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2014년 연료전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국내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업체인 미국 클리어에너지파워를 인수했다.

연료전지 사업은 2014년 첫 매출이 222억원, 영업손실 166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1684억원, 영업이익 5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

두산은 최근 ‘연료전지업계 맞수’인 포스코에너지를 꺾고 서울 ‘마곡지구 연료전지 발전사업’도 따냈다.

두산건설컨소시엄은 지난 2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최대 연료전지 프로젝트인 ‘마곡지구 연료전지 발전사업’(총 사업비 1360억원 규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핵심인 연료전지는 두산이 공급하게 된다. 두산건설컨소시엄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과 포스코에너지가 사용하는 연료전지 방식은 다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두산은 인산형 방식을, 포스코에너지는 용융탄산염 방식을 쓴다. 인산형은 용융탄산염에 비해 배출수 온도가 낮지만 유지보수 비용이 덜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 제품은 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수주에 제약이 있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단가를 낮추려고 하고 있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수주도 꾸준하다. 해외의 경우 발전단가가 비싸 외곽지역에 위치한 대학교 건물이나 대규모 시설에서 주로 수주를 한다고 한다.

두산 관계자는 “해외 수주는 수십억원 규모로 단위가 크지는 않고, 미국이 해외시장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원가절감을 위해 R&D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연료전지사업부는 미국에 대부분의 인력이 있으며, 인원은 대략 300명 이상이라고 한다. R&D인력은 두자릿수다.

반면 포스코에너지는 두산이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민간 발전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에너지는 두산보다 7년 앞선 2007년 연료전지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 퓨얼셀에너지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연료전지사업 핵심 기술인 셀 공장 건설을 위해 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014년 취임하면서 미래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연료전지를 꼽은 바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이처럼 ‘야심차게’ 연료전지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적은 부진하다.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부문은 2014년 5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손실액이 922억원으로 증가했다. 연료전지시장 정체에다 연료전지의 출력을 높이는 전지 덩어리인 스택에 결함이 생겨 납품한 제품의 보수비용이 증가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에너지는 해외 수주 자체도 없다고 한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난 5월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부 직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않다 보니 사업부의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어서 희망퇴직을 한시적으로 진행했다”며 “지난달 희망퇴직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다보니 업계 일각에선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코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사업부 매각 등을 포함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인적·물적 분할, 매각 등을 포함해 다각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며 “해외수주에 대해선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두산과 포스코에너지의 실적 희비 교차와 관련 재계 일각에선 사업 추진 동력, 경영 능력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는 “포스코는 공기업 성격이 강하다 보니 헝그리 정신이 두산보다 부족할 수 있고 경영능력에서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며 또 “연료전지사업이 포스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뒷마당’인지라 상대적으로 두산보다 관심도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포스코에너지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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