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일부 퇴사자 나오는 등 인력감축 가능성 높아

실적 부진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는 내년 2월까지만 영업할 듯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이어 패션부문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는 내년 2월까지만 영업을 한 뒤 사업을 접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현재 해당 브랜드 직원 10여명이 사직원을 내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외에서 수백여명 수준의 권고 사직설과 함께 늦게 결정할수록 명예퇴직 조건 등이 나빠질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인력 재배치 면담도 진행됐는데 전문가들은 희망퇴직 시행에 앞서 이뤄지는 전 단계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패션부문 실적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삼성물산 건설부문처럼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24일 삼성패션연구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패션업체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위축으로 인한 실적악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국내 패션시장 전체 규모가 38조329억원으로 지난해(37조1778억원)보다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패션시장은 2014년에 비해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이서현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같은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취약한 브랜드를 정리하는 브랜드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1조7383억원과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엠비오와 라베노바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각각 480억원, 10억원대에 머물렀다.

우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7월 경영 내실과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브랜드 중단 및 통폐합 발표에서 엠비오와 라베노바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또 최근 엠비오·라베노바 사업 정리와 관련, 해당 직원들의 업무 재조정과 전환 배치에 관한 면담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받는 등 조직 개편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비오·라베노바 직원은 1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일부 인력은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로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012년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사장이 사업초기부터 진두지휘하며 힘을 실었던 브랜드다.

전문가들은 업무 재배치 면담을 희망퇴직을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사업부문이 축소될수 밖에 없다면 일부 인력이 정리되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수순일 것"이라며 "업무 재조정 면담이 이뤄졌다면 희망퇴직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병훈 교수는 이어 "패션부문이 경기침체로 인한 일시적인 실적악화인지, 사업 경쟁력 약화인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추후 실적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통상적으로 업무 재조정과 면담이 이뤄지고 난 뒤 희망퇴직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해외 건설수주 한파를 겪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6월 대리급 이상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접수를 받아 3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1~3차 희망퇴직자는 총 1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에 이어 장기 휴가제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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