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의 비극, 고가폰 시장 '스펙 경쟁' 잠잠해질까

속도전에 속 쓰린 삼성…이재용 부회장 행보에 관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지난 11일 잇단 발화로 인해 단종됐음에도 불구, 사태의 여파는 쉽게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에게 교환·환불을 진행 중이며 각국의 주요 항공사가 기내반입을 금지하자 후속대응으로 국내와 미국 등의 주요 공항에서 대여폰 서비스를 실시했다. 아울러 협력사에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전액 환불할 방침을 밝히고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 브랜드와 특유의 디자인 및 성능을 보고 고른 제품에 대한 실망과 만족할만한 대체품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구매자의 경우, 최고품질과 최상급 프리미엄폰을 지향하는 고급 소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달 1차 리콜을 발표한 지 9일 만에 발화 원인을 밝힌 데 대해 성급한 단정으로 심각한 상황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과 회사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가운데 갤럭시노트7 사건이 일으킨 파장에 눈길이 쏠린다.

속도전에 스텝 꼬인 삼성

보통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사의 최신 플래그십 라인을 1년에 1~2번씩 주기적으로 선보인다.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은 스마트폰의 가격이 높게 책정된만큼 매년 업그레이드 된 성능과 디자인의 신작을 내놓는다. 여기에 중저가 스마트폰들의 성능 또한 상향 평준화되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스펙 경쟁’에 더욱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가장 뛰어난 사양의 단말기를 선보여왔다. 특히 갤럭시노트7은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홍채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번역 기능을 갖춘 S펜 등 온갖 다채로운 기능을 망라한 ‘비교불가’의 제품이었다. 여기에 조기출시 전략을 통해 애플 아이폰7 시리즈 등 경쟁작보다 빠르게 시장의 이목을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빠른 출시 이후 불거진 발화 사고와 빠른 원인 분석, 이후 다시 한 번 터진 발화 논란에 이은 조기 종단까지 삼성전자의 두 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숨 가뻤다. 이번 사태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독주(獨走)하다가 독주(毒酒)’를 마신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발화 문제가 처음 불거진 이후 빠른 리콜 결정이란 선공은 최악의 상황에서 삼성이 내놓은 나름의 최선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리콜 발표 이후 9일 만에 발화 원인을 내놓은 이후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자 시간에 쫓겨 두 번째 사고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에 대해 별도로 조사작업을 진행중이다.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도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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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7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맹목적인 성능 경쟁이 주춤하는 것 관측도 내놓고 있다.

더 복잡한 기술들을 단말기에 채워넣고 빠르게 선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가는 제2의 발화 사태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박철완 전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센터장은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삼성이 아이폰을 뛰어넘기 위해 갤노트7을 너무 혁신으로 가득 채우는 바람에 통제 불가능하게 돼버린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대 기대작의 공백이 가져온 ‘기회’를 포착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당초 3파전으로 예상된 프리미엄폰 시장은 21일 국내 출시하는 애플 아이폰7 시리즈와 지난 달 29일 출시한 LG V20에 확실한 도약의 기회로 작용했다. V20은 갤럭시노트7이 단종한 이후 첫 주말 판매량이 약 20% 증가했다.

아이폰7 시리즈의 선방 또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LG V20가 이미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도 갤럭시노트7의 교환율은 10%대에 그쳤고 아이폰7 시리즈의 사전예약 수량은 전작의 2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업계는 다수의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이 향후 아이폰7 시리즈로 교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 스마트폰 외에 신형 중저가 라인업 및 출고가를 내린 구형폰들도 소비자들의 선택지에 오른 상황이다.

교체 수요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전작을 내세워 방어에 나섰다. 회사 측은 전작 갤럭시S7 시리즈에 갤럭시노트7의 인기 색상이었던 블루코랄 색상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노트7 교환 고객 중 다음 달 말까지 자사의 제품으로 교환하는 이들에게는 3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모바일 이벤트몰 이용 쿠폰 외에 통신 관련 비용 7만원을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이 이번 사태로 입는 기회 손실과 리콜 마케팅 비용 등은 총 7조 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1차 리콜에 따른 손실이 1조원 규모에 단종과 교환·환불에 나서면서 2조6000억원의 직접비용이 발생했고 삼성이 직접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갤럭시노트7 판매 실기에 따른 기회 손실이 3조원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이 초유의 사태에 천문학적인 수업료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아직 공식 행보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오는 이 부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갤노트7 사태에 대해서도 전면에 나서 상황을 정리하고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회사의 전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이사에 오르는 만큼 향후 공식 사과에 나설 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2013년 당시 중국에서 애프터 서비스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자 팀 쿡 CEO가 직접 서한을 통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이 부회장 또한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서는 초유의 위기가 닥친 바로 지금이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입증할 골든타임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리더십과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주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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