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망 분야별 맞춤형 지원 약속 했으나 미미한 수준

할랄 인증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 정보와 연구 개발 절실

할랄인증을 받은 빼빼로. 사진=롯데제과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롯데제과는 최근 수출용 초코파이와 ‘아몬드 빼빼로’와 ‘땅콩 빼빼로’의 인증을 획득하고 중동, 동남아 지역 수출에 나섰다.

이밖에 CJ제일제당, 대상, 크라운제과, 남양유업, 동서식품, 풀무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할랄시장 공략을 위한 인증과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할랄제품이란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모든 제품을 말한다. 전 세계 무슬림인들의 식탁을 겨냥한 할랄식품이 최근 식품업계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할랄이라고 하면 주로 식품만을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의약품, 화장품 등을 비롯해 금융, 관광 등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7억 명으로 추산되는 무슬림인구는 2020년 19억 명, 2030년에는 22억 명으로 증가해 세계인구 대비 무슬림인구의 비중이 26.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전체 할랄산업의 시장 규모도 2020년에는 4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할랄시장은 블루오션? 무성한 말뿐 지원책은 미미

할랄 인구의 증가로 전 세계 할랄시장 규모는 2020년 5조2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달리 직접적인 지원책은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할랄식품 산업 육성을 위한 아랍에미리트와 테마파크 조성 등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이후 지난 7월 신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할랄·코셔(Kosher) 생산 기반 정비 및 인증 지원, 유망 분야별(식품·화장품·콘텐츠·관광)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을, 코셔는 유대율법을 지켜 만들었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해양수산부는 할랄 수산식품 개발과 인증 지원에 약 8억7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수산식품 할랄 인증 51건에 5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1건당 평균 약 1000만원이 쓰였다. 51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산식품은 '김'으로, 김이 포함된 식품은 33건(65%)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김은 할랄 인증지원 사업 이전부터 무슬림 국가로 수출되는 수산식품 중에서도 효자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4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4개국에 180억원 어치의 국산 김이 수출됐다.

정부가 할랄 인증을 지원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개척이 가능한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에 지원품목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기업은 할랄시장 공략의 의지가 있어도 여론 때문에 쉽게 개척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세계시장 확대를 위해 할랄시장에 관심은 있으나 기독교 단체 등 이슬람 문화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세계시장을 넓히겠다는 명목을 내세운다해도 무조건 국내 의 목소리를 배척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비이슬람 국가로서 할랄 시장 개척에 성공하기 위해 할랄을 종교 틀에서 접근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전체 인구의 90%가 불교도인 태국은 현재 세계 10위 할랄 식품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할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판단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국민들에게 종교가 아닌 산업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추진한 결과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차원의 할랄인증 지원 및 연구개발 절실

현재 국내에서는 가공식품기업 위주로 할랄인증 취득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의 할랄식품 연구 개발은 미진한 상황이다. 완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원재료의 할랄 인증이 요구되는 만큼 원재료 조달에 부담이 된다는 것도 기업들의 불만이다.

현재 이슬람 종파, 학파 간 견해차로 '할랄 제품 인증'에 대한 세계 표준은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300여 개에 이르는 정부·민간 인증이 혼재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는 할랄인증을 진행하는 한국할랄인증원의 경우 2016년 6월 OIC(이슬람회의기구) 산하 SMIIC(이슬람국가표준기준도량기구)의 정식 승인을 완료하고, UNWHD(세계할랄연맹) 승인완료 및 세계할랄연맹 한국지부 자격을 획득했다.

할랄인증은 일반적으로 인증 취득에 3~4개월이 걸리고, 2년마다(KMF는 1년)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할랄인증과 관련해 기업들은 "기간이 오래 걸려 불편하며, 할랄인증 업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인증업체 원부재료를 사용할 수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출은 물론 국내 판매처가 부족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화장품 산업에서도 금지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한류열풍으로 이슬람 국가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기는 하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국내 화장품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할랄 화장품은 이슬람이 금지하는 돼지에서 비롯된 성분과 알코올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진출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까지 초기 개념 정립과 제도 정비 차원의 지원에 그쳤는데 실질적으로 할랄 코셔 제품으로 인증받고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지정보 제공과 지원체제 구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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