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부실금융기관 이미지 벗고 서민 금융기관 거듭나자"

생활 속 대출이야기·반려견·스마트폰 소재로 '더 세련되게'

부실사태 이후 7년 만에 중앙회 차원 이미지 쇄신 광고 준비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저축은행들이 스토리 위주의 광고를 선보이며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부실 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벗고 서민과 중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광고비와 광고건수는 지난 3년 동안 3배가량 급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의 광고선전비는 2012년 381억원에서 2015년 1159억으로 3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집행된 광고비도 557억원에 달해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대부업법을 개정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TV광고를 오후 10시 이전 등에는 제한했지만 광고 건수도 대폭 증가했다.

2012년 13만2824건에서 2015년 43만688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SBI, OK, HK, JT친애, 웰컴 등 상위 5곳이 98%를 점유하면서 TV 광고를 독식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는 7년 만에 이미지 쇄신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털어내고 회복기에 접어든 업계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이 광고의 핵심 목표다.

중앙회는 광고 집행을 위한 제안요청서에서 업계 이미지 개선 및 신뢰회복을 위한 홍보 메시지 수립, 바이럴 영상·온라인 배너 제작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특히 가독성이 높은 인포그래픽, 카드뉴스, 카툰, 동영상 등 홍보물 제작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업계의 이미지 광고는 지난 2009년 이후 단 한 건도 진행된 적이 없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따라 연이어 저축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미지 광고를 내보냈다가 역효과가 빚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이미지 광고가 제작되면 7년 만에 금융소비자들에게 광고가 선보여지는 셈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광고를 추진 중이며, 올해 안으로 대외적으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들도 자체 광고 제작에 나서고 있다. 몰입도가 높은 스토리를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여자로 변장한 남자 주인공 '옥희'가 일상 속에서 겪는 대출 관련 이야기들을 코믹하게 그려낸 CF로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은 반려견을 활용했다. 반려견 선발대회 등으로 애견인들의 관심을 끄는가 하면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광고 영상을 내보내 주목도를 높였다.

SBI저축은행은 주력 상품인 바빌론의 신규 광고로 '터치, 어디까지 해봤니?'라는 콘셉트의 광고를 제작했다. 언제, 어디서나 터치할 수만 있다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스카이다이빙, 암벽 등반 등 극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터치해 대출을 신청하는 모습을 표현해냈다.

저축은행이 광고 모델보다 스토리에 신경 쓰는 이유는 모델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외국계나 대부업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이미지가 추락했다"며 "연예인들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봐 저축은행 광고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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