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한반도 최대 규모 5.8 지진 한달…부동산 부문 점검해보니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사진=연합뉴스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규모 5.8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지진이다. 경주 여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12일 기준 여진만 470회를 넘어섰다. ‘딴나라 일’로 치부하던 우리 국민들에게 지진의 경각심과 안전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경주 지진 발생 한 달을 계기로 부동산시장에 불어닥칠 변화와 소비자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지난달 12일 경주에서 한반도 최대 규모인 5.8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 여파로 수차례 여진이 잇따르고 있어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해당지역 아파트 매물이 늘었고 가격도 많게는 4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일부이긴 하지만 로열층 대신 저층을 선호하는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아파트 전체 층수의 중간 이상 고층을 로열층으로 본다. 채광, 일조권, 조망권을 확보한 고층이 전매할 때 프리미엄이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

고강도 지진이 앞으로 계속 일어난다면 바닷가 인근이나 쓰레기 매립지 등 지반이 약한 곳에 지어지는 아파트를 수요자들이 기피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3일 경주지역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현지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후 아파트 매물이 늘었고 가격도 다소 내렸다.

경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방 주택의 공급과잉 문제 등으로 경주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지진이 발생한 뒤 인근의 아파트 가격이 최고 4000만원까지 내렸다”며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에 아파트 가격이 내린 영향도 없잖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B공인중개사 대표는 “경주 시내는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며 “외곽의 경우는 토지가 대부분이라 지진으로 인한 큰 영향은 아직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경주 동천동 우방타운 아파트 85㎡의 경우 이번주 기준 매매 평균가는 1억8250만원으로 지난해 4월 시세 최고가 2억3000만원 대비 4750만원 떨어졌다.

경주에서는 여진이 계속되자 유산을 우려해 임신 중인 부인을 출산때까지 수도권에 있는 친정집에 보내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경주 지진 이후 이같은 분위기는 포항, 울산, 부산 등 인근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공포로 초고층 매물이 나오기도 하고 고층을 내놓고 저층으로 이사한 고객도 일부 있다는 전언이다.

물론 이런 사례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고강도의 지진이 계속 일어난다면 저층 선호, 가격 변동 등 아파트 거래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아파트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커지고 있고, 경주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경향도 일부 있지만 아직까지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부산, 포항 등 경주 인근을 중심으로 지진이 계속 온다면 지진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준호 계명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내진설계 기준은 지자체별로 다르고, 경남ㆍ부산 지역 대부분의 고층건물들이 규모 6.5 지진에 견디게 설계돼 있다”며 “앞으로 지진이 계속된다면 예민한 사람들은 매립지나 바닷가 인근에 지어진 아파트를 기피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건축법상 1988년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3층 이상의 주택은 지진 규모 5.5~6.5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고층아파트일수록 지진 충격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내진설계가 강화되면 공사비가 더 들어 분양가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내진 성능을 0.5 높이는 데 분양가가 어느정도 올라갈 지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내진설계 유무에 따라 분양가는 3~5% 더 상승한다”면서 “매립지의 경우, 파이프를 박는 등 지반공사를 통해 일반 토지와 거의 비슷하게 공사를 하기 때문에 우려할 사항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고층건물이 저층건물 보다 지진에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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