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조진수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것과는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사항에 대해 제재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30일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관련 민사적인 부분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지난 5월 발표한 자살보험금의 예외 없는 지급 방침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소송전은 일단락됐다.

보험사들은 약관 작성 때 실수가 있었으며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왔으나 대법원이 지난 5월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지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지급하되 시효가 끝났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정리된 셈이다.

올해 2월 기준으로 14개 보험사가 덜 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465억원(지연이자 포함)으로 보험사로선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미지급 자살 보험금 중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78%(2003억원)에 이른다.

보험사들은 지급을 미룬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약관에 명시된 이자율(10% 내외)로 지연이자를 따로 줘야 하는데 이 금액만 578억원이며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에 민사적 책임을 묻지는 못하겠지만 보험업법 위반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 등 행정제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약관에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났다면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해 놓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 것은 명백한 보험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시간을 끌어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가 많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보험 수익자들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2년이 지나도록 자살보험금을 신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14개 보험사 중 올해 2월 기준으로 자살보험금 미지급 액수가 가장 많은 ING생명(815억원)을 포함해 신한생명(99억원), 메트라이프(79억원), PCA생명(39억원) 등 7개 회사는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도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삼성생명(607억원), 교보생명(265억원), 한화생명(97억원) 등 ‘빅3’를 비롯해 알리안츠·동부·KDB·현대라이프 등 7개사는 소멸시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확인해보겠다며 보험금 지급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은 보험사부터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 삼성·교보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쳤고 현재 한화·알리안츠·동부생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고 그렇지 않은 보험사와 제재 수위를 달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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