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치킨 수원 만석점 신수정 점주, 카페 실패 딛고 치킨점 재도전 성공

카페창업 로망에 커피점 도전…프랜차이즈와 경쟁 역부족, 메르스 엄습

레드오션 뚫고 '현미쌀 치킨' 경쟁력 십분 활용 본사와 상생 '매출 쑥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상권이 좋아야 한다, 전력투구해야 한다 ….

창업전선에 나서면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다 갖추고도 삶이 나를 속일 수 있다. 창업 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푸시킨의 시(詩)처럼 슬퍼하거나 노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신수정씨(43세, 바른치킨 수원 만석점 점주)가 그랬다. 신씨에게는 다른 많은 주부들처럼 ‘카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지난 2013년 그가 창업을 할 무렵, 카페는 모든 창업자의 로망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카페는 여성과 20~40대 직장인 창업 선호도 조사에서 창업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성공의 여정은 녹록치 않다.

신씨는 2013년 카페를 창업, 2년 동안 고생하다가 2015년 10월 현미쌀치킨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카페를 운영할 때 매출은 성수기에나 월 1000만원 정도였다. 비수기에는 그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업종전환 뒤 지금은 월평균 매출이 2500만원대다. 매출액만 보면 초대박은 아니지만 임대료가 매출액에 차지하는 비율만 보면 ‘대박매장’이다. 월임대료가 160만원으로 매출액의 6%선이다.

매출액의 10%를 적정한 월임대료로 보는 일반적인 음식점 비용 구조에서는 성공한 매장이다. 단골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매출은 더 오를 걸로 기대하고 있다.

업종 전환으로 재창업에 성공한 신수정씨의 사례는 ‘로망’이 삶의 고통으로 변하고, 다시 그 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커피’ 로망에 2년간 매장 근무, 자격증까지 취득해 창업했지만…

신수정씨가 창업에 도전한 것은 고통이었을까, 인생의 좋은 전환점이 된 것일까?

창업 전 그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사회활동이라고는 예쁜 글씨, 초크아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문화센터나 시청에서 간간이 강의를 하는 정도였다.

커피사업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커피매장에 나와서 일을 배우라는 권유를 받고 커피와 인연 맺게 됐다. 카페에서 매니저로 2년 정도 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는 일을 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했다.

업종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이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 창업을 욕심냈다. 마침 그 시기에 좋은 점포가 매물로 나오자 창업에 도전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독립점포를 창업했다.

주택가 상권이지만 매장 인근에 큰 공원이 있고, 주변에 경쟁 점포가 없었다. 상권입지도 괜찮고 2년 이상 카페 매니저로 근무한 경력도 있어 자신감이 있었다.

신씨의 자신감은 사업에 남편까지 끌어들였다. 신씨의 창업을 계기로 남편 장현준씨(47세)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합류했다. 처음 하는 사업인 만큼 의욕도 넘쳤다. 부부는 매장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창업 뒤 1년 정도는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요즘, 개인점포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는 잠시뿐이었다. 비수기인 겨울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찾아오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카페는 비수기, 성수기 구분이 뚜렷하다. 여기다 저가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매출이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다. 매출이 줄자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남편과 둘이서 매장을 운영했으나 부부의 인건비마저 나오지 않았다.

부부가 같이 사업을 하는 경우 상호간 믿음이 깊어 시너지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손님이 적고 한가한 시간이 늘면서 부부 사이에 사소한 시비가 생기기도 했다.

바른치킨 수원 만석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수정 점주. 사진=한국창업전략연구소
극과 극, 치킨 업종에 도전하다

매출이 계속 하락하자 용기를 낼 때가 다가왔다. 더 이상은 계속 유지하기 힘들었다. 현재 가진 자금의 한도에서 업종을 변경해야 했고, 현재의 상권 입지에도 맞는 업종이었어야 했으며, 매출이나 수익성도 뒷받침이 되는 업종이라야 했다.

신씨의 매장이 장사가 안되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점포매매 제의가 많았는데 치킨점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카페에 로망을 가진 사람에게 치킨 업종은 극과 극의 취향이었다. 하지만, 자주 그런 제안을 받다보니 치킨점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현실이 되었다.

치킨 사업은 레드오션(출혈시장)이라며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카페형 치킨매장도 많이 나오고 있어 수익성만 보장되면 커피보다 치킨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업종을 정한 뒤에도 브랜드를 정하는 게 어려웠다. 현재의 ‘바른치킨’ 브랜드를 택한 이유는 업종 변경 프로그램을 통해 소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었고, 제품이 요즘의 로하스 트렌드에 맞았기 때문이다. 현미쌀로 파우더를 입혀 건강에 좋은데다 메뉴 구성이나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이미 운영 중엔 매장들을 방문해 보니 소비자들의 호응도 좋았다.

프리미엄 가격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사업자가 생활을 유지하고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으며 품질을 유지하는데는 필수조건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맹본사가 카페형 인테리어를 고집하고 있어 기존 카페 인테리어와 시설을 무난하게 재활용할 수 있었다. 주방설비 변경비로 2000만원 정도가 추가로 투자됐다.

첫 사업의 실패 이유 중 하나가 개인적으로 독립점포를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 업종을 전환할 때는 믿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찾기 위해 신경썼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가, 가맹점주와 상생할 수 있는가도 우선적으로 따져봤다.

평소 후라이드 치킨의 기름이 신경 쓰였는데 기름 한 통으로 58마리만 튀겨낸다는 정책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술을 함께 판매하는 것은 망설여지는 이유였다. 고객 상대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카페형인데다 가족단위 외식에 좋은 메뉴 구성 등을 통해 가족과 연인 고객이 와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식사 뒷마무리도 깔끔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졌다.

본사와 매장에서 일주일 간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으면서 막연했던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치킨과 커피는 전혀 다른 분야로 새로 배워야 되는 부분이 많아 두려웠던 것이다.

주방 실습을 하면서 초보자도 손쉽게 볼 수 있는 매뉴얼 제공,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짧은 실습기간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

주방에 치킨과 튀김 종류마다 지정해 놓은 타이머가 따로 있고, 양념볼과 테이블 자리 지정이 돼 있어, 처음이지만 헤매지 않고 제시간에 음식을 끝낼 수 있었다.

초보 창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손님들이 몰릴 때 음식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고객이 밖에 대기해 있고, 주문 전화는 밀려와 다급한 마음에 잦은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매장은 주방 동선이 짧고 단순해서 불필요한 시간이 없고 스피드한 조리가 가능했다.

매출 오르고 바빠지자 부부 금슬도 좋아져

현재 신수정씨의 매장은 카페를 할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할 일이 없어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던 카페와는 달리 치킨사업은 조리와 배달, 고객응대 등 쉴 틈 없이 하루가 돌아갔다.

남편과 역할을 잘 분담하니 사소한 일로 부딪칠 필요가 없어져 부부 금슬이 좋아졌다. 남편은 주로 주방과 배달 등 어려운 일을 전담하고, 신 씨는 홀과 고객응대, 남편이 배달 가서 비는 시간에는 주방 일을 도와주고 있다.

“남편이 수시로 매장바닥을 쓸고 닦아서 매장에 오시는 분들이 깨끗하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주방도 오픈형이라 정리정돈과 청소는 신경써서 하고 있습니다.”

바른치킨 수원 만석점의 주고객층은 젊은 여성들이다. 깔끔한 외관과 세련된 인테리어의 실내에서 대화를 하면서 치킨을 즐기려는 여성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바른치킨은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자연스럽습니다. 호프집, 술집이 아닌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외식을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치킨과 떡볶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순덕이 세트처럼 사이드 메뉴가 많아 1차로 끝나기 보다는 2차, 3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손님 2~3인이 와서 먹을 경우 테이블 단가는 3만~4만원이다. 2500원대의 커피를 약 20잔을 팔아야 하는 가격이다. 비슷한 노동 강도에 비해 수입은 더 높은 것이다.

직원은 아르바이트 2명을 두고 있다. 평일과 주말에 1명씩 근무하고 있고, 주로 홀에서 서빙과 고객 응대를 한다.

직원들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서비스 교육도 자주 하고 있어서 직원들이 친절하다. 깔끔하게 차려입는 유니폼에 청년들이 웃는 얼굴로 서빙을 하니 매장은 항상 활기가 넘친다.

신수정씨는 벌써부터 2호점 욕심을 낼 정도로 마음이 들떠 있다.

바른치킨의 메뉴 '현미바사삭 치킨'. 사진=한국창업전략연구소(바른치킨 제공)
◆ 업종 전환으로 ‘죽은 카페 살리기’

1. 매장 규모가 크다면 커뮤니티 카페나 테마 카페로의 변경을 고민하라. 최근에는 북카페나 테마를 가진 문화센터형 카페, 전문성을 가미한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커뮤니티 카페는 창업자의 고객관리나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 소셜네트워킹시스템(SNS) 마케팅 역량이 중요하다.

2. 업종마다 기대 매출이 달라진다. 업종전환에 들어가는 투자비가 크면 클수록 투자비 회수를 위해 기대 소득이 높은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투자비가 과다하면 1차로 적은 금액을 투자해 가능성을 시험한 뒤 전면적인 전환을 결정하라.

3. 현재의 상권입지를 철저히 분석하라. 상권 내 배후인구의 소비 성향, 유동인구의 연령 성별 직업, 인근 점포의 업종 구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런 후 수요가 있는데도 비어있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게 좋다.

4. 요즘 트렌드는 커피에 주류를 병행하는 것이다. 수제맥주나 시원한 크림 생맥주 등 주류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라. 낮과 밤에 변화를 주려면 시설변경, 조명전략, 사이드 메뉴 개발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커피숍들이 치킨카페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5. 낮 시간 매출을 강화하고 싶다면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캐쥬얼 레스토랑 변신을 고려하라. 캐쥬얼 레스토랑은 메뉴 개발 전략이 중요하다. 뻔한 메뉴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가성비 있고 경쟁우위가 있는 맛과 품질을 가져야 한다. 시각적인 효과나 메뉴 융합을 잘하면 SNS를 활용한 마케팅에 유리하다.

6.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쓰는 상태에서 활성화 방안을 실행하는지, 아예 브랜드를 변경하는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브랜드가 바뀌면 업종 전환 효과가 크다. 반면에 브랜드를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은 변화는 변경 포인트에 대한 홍보 마케팅 전략을 잘 짜야 성공할 수 있다.

7. 업종 전환을 위한 추가 투자 가능 금액, 기존 매장의 시설 컨셉에 따라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이 달라진다.

8. 요즘은 커피 외에도 대부분의 외식업종이 카페형으로 인테리어를 한다. 그만큼 규모에 맞춰서 변경할 수 있는 업종이 많으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창업자의 적성에 맞고 해당 점포의 특성과 상권 입지에 맞는 업종을 폭넓게 고려해서 시뮬레이션 해본다.

9. 업종전환 뒤 첫 이벤트를 잘 해야 한다. 운영에 실수가 없도록 완벽히 준비한 뒤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마케팅하는 게 좋다.

10. 업종변경시 자칫 놓치기 쉬운 게 운영 및 서비스 관리에 대한 준비다. 일반 음식점이나 주점은 커피보다 운영능력과 서비스 난이도가 높다. 창업자의 매장 운영 역량과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하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프로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렛비즈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협업상생위원장, 올바른창업포럼 대표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KFCEO과정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창업과 프랜차이즈 부문을 강의했다. 20여년 창업 한우물을 파온 덕에 '창업 전도사'로 통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