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랄로스펙쿠스' '호모인턴스' '밥터디' 등 기발한 신조어 눈길

자료=사람인
[데일리한국 최영운 기자] 취업의 좁은 문을 반영하듯 취업 관련 각종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최근 취업시장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신조어를 29일 발표했다.

과거 토익과 학점만으로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취업 호황기의 세대가 '오스트랄로스펙쿠스'라면 요즘 세대 구직자들은 각종 스펙을 쌓고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 반복하는 '호모인턴스'라는 것이다.

또 경쟁 과열로 취업에 필요한 스펙에 관한 '취업 세트'도 확장되고 있다. 과거 학벌, 학점, 토익점수를 '취업 3종세트'로 꼽았지만 최근 여기에 자격증, 어학연수가 추가돼 '취업 5종세트'로 업그레이드됐다. 급기야 공모전 입상, 인턴경험을 비롯해 봉사활동, 성형수술까지 해야 하는 '취업 9종세트'도 등장했다.

기업체 인턴 경험이 필수 스펙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턴과 관련한 신조어도 쏟아지고 있다. '부장인턴'은 인턴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기업체 부장만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턴을 뜻한다.

금수저와 흙수저처럼 '금턴'과 '흙턴'은 인턴 자리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 금턴은 인맥 등 속칭 '백'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양질의 인턴 자리, 흙턴은 일을 잘 배우지도 못하고 허드렛일이나 단순 노동만 하는 인턴을 의미한다.

대학가 문화도 달라졌다. '동아리 고시'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인기 동아리의 경쟁률이 고시 경쟁률이 버금가는 현상을 반영한 말이다. 합격 전까지 졸업을 미루느라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 '화석선배'들은 고시 장수생을 연상시킨다.

누군가와 함께 밥 먹느라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혼밥'족이 등장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그날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고 정보를 나누는 '밥터디'도 생겨났다.

극심한 취업난을 대변하는 표현의 대상 연령층은 더 낮아졌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일절'(31세가 되면 절망한다)과 같은 표현에 '대2병', '사망년'까지 등장했다.

대2병은 자신감, 자존감이 넘쳐흐르는 '중2병'과 정반대의 증상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방황하는 대학교 2학년 시기를 빗대어 나온 표현이다.

사망년은 스펙을 준비하느라 고통받는 3학년을 뜻한다. 심지어 10대조차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십장생'으로 불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감을 잃은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자기소개서 공포증에 시달리는 '자소서포비아', 서류 합격만으로 기쁨을 느끼는 '서류가즘' 등은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은 청년들의 취업 스트레스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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