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1700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8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펼쳤지만 1주일 가까이 고심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영장 청구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내 최대 유통 대기업 총수의 부재가 국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 여파가 워낙 커 고심하던 검찰이 결국 구속 수사로 방향을 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찰 일부와 재계에선 신 회장이 실제로 구속될 경우, 재계 5위 그룹의 경영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롯데그룹이 창사이래 최대고비를 과연 어떻게 극복해낼 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재벌 총수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되고 실형까지 선고받은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롯데의 경우 처한 상황이 여타 기업과는 달러 회장의 구속이 주는 충격파는 상상 이상으로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영 관례상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사회와 주총 등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는 분위기다.

신동빈 회장이 구속돼 물러나게 되면 현재 신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공동 대표를 맡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유력한 전망이다.

경영권뿐 아니라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의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전략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 회장이 횡령 ·배임 ·탈세 혐의로 실형을 받고 병원에 머무는 동안 CJ그룹의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했던 것처럼, 롯데그룹도 경영이 위축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롯데는 삼성그룹의 화학 부문을 3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고, KT렌탈·뉴욕팰리스호텔 등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올해는 이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신 회장이 대국민 앞에 약속한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말을 목표로 추진됐던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은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상장 시기를 미룬 상태지만 이를 진두지휘해 온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대기 상황이 무작정 길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 롯데가 국민연금과 함께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하려던 인도네시아 쇼핑몰 스나얀시티 인수건이나 롯데가 2009년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베트남 호찌민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도 지연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 인수건의 경우, 지난 6월10일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지 사흘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특허 재승인의 실패로 문을 닫은 월드타워점의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 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월드타워점은 연 매출 6000억원대로 국내 3위 규모였지만 지난해 재승인에서 고배를 마시며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업계 1위로 운영능력이나 경쟁력 측면에서는 큰 이견이 없으나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특허권 획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롯데면세점은 미국과 호주 등에 근거지를 둔 면세점 인수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인수를 포기하고 말았다.

회사 측도 총수 부재에 따른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도록 하겠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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