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닷컴 최대주주 등 조사, 8월말 현재 미등재 그룹 8곳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내달 등기임원 예정 파급력 관심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국내 그룹사 총수들이 등기임원직을 기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수들이 위기 때마다 책임경영을 거론하면서도 정작 '책임경영'의 법적 지위를 갖는 등기임원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0월 하순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등기임원에 오를 예정이어서 이같은 그룹사 총수들의 '등기임원 기피'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경영 전문분석 매체 재벌닷컴은 25일 "총수가 있는 국내 30대 그룹의 등기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총수나 최대주주가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오르지 않은 그룹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동국제강 등 8곳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화, CJ, 미래에셋, 동국제강 등 4개 그룹은 총수가 2013년 이후 종전에 맡고 있던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나 있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 총수와 최대주주가 등기임원으로 있는 계열사 수는 2013년 110개에서 올해 8월 말 현재 74개로 36개나 줄었다. 전체 계열사 대비 총수와 최대주주의 등기임원 등재비율도 9.5%에서 6.5%로 낮아졌다.

이처럼 그룹사 총수들이 계열사 등기임원이 줄어든 배경으로 지난 2013년 이후 강화된 임원급 보수 공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대기업 규제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CJ 등 8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을 내놓아 지금은 한 곳에서도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다.

물론 이재현 회장의 경우, 수년에 걸친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로 그룹 및 계열사 운영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기임원을 그만 둔 정황인데다, 지난 8월 15일 광복특 특면사면 이후 건강을 추스리면서 책임경영을 줄곧 강조해 온 만큼 경영복귀 전후로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013년 이후 각각 계열사 7곳의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이 등기임원을 맡은 계열사는 현재 롯데쇼핑를 비롯해 5곳으로 줄었고, 김승연 회장은 현재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가 없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계열사 등기임원 6곳에서 물러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3곳,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2곳에서 사퇴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1곳씩 등기임원을 맡은 계열사 수가 줄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을 사퇴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과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족의 계열사 등기임원 사퇴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CJ그룹, 한진그룹, SK그룹, GS그룹, 한화그룹 순으로 등기임원 사퇴가 많았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등기임원에 오르는 한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등기임원을 계속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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