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모델 3, 내년 중반 국내판매 돌입…한국타이어·만도 등 협력사 참여 '약(藥)'

가격·에코차 장점 내세워 완성차 시장 잠식, 수요 커지면 기술열세 부품사엔 '독(毒)'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전기 자동차 메이커의 대표주자인 미국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 세단 모델 3를 내년 중반께 한국에 본격 진출한다.

이미 테슬라는 한국 시판에 앞서 올해 연말쯤 경기도 하남 신세계그룹의 신개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전시장 입점을 결정했고, 본격 판매를 위한 딜러 모집에 나서고 있다.

모델 3는 이미 미국에서만 40만대 예약 실적을 눈 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인기와 함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테슬라 전기차 3가 한국에 상륙할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과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회가 되는 반면에 글로벌 경쟁력에 뒤처지는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에는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KIET)의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 자율주행화 가속화’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세단 모델 3은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전기차의 경쟁력 수준이 테슬라와 비교해 2년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이 연구위원은 그 이유로 “한국은 지난 2009년 중반부터 전기차산업의 재육성에 나서 배터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물량이 적어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로서는 테슬라의 진출은 기회이자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를 공개하는 일런 머스크 CEO. 사진=연합뉴스/AP
먼저 기회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국내의 주요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테슬라의 모델 3 제작에 협력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모델 3에 필요한 타이어와 다양한 부품들을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하거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3월 전기차 보급형 세단 모델 3의 메인 타이어 공급업체로 한국타이어를 선정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전기차의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모델 3 전용 타이어를 개발·제작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모델 3의 핸들 조작 및 조향장치 부품은 만도에서 담당한다. EPS(Electronic Power Steering System)과 조향장치 부품인 스티어링 랙을 만도가 공급하는 한편, 테슬라의 자율주행 안전 시스템도 만도와 손잡고 공동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모델 3의 기어박스 윤활유는 SK루브리컨츠가 단독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는 테슬라의 전략차종 모델 S의 기어박스 윤활유도 공급해 오고 있다.

다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업체에는 한국 기업들이 제외됐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모델 3의 배터리는 일본기업 파나소닉과 독점 협업하고 있음을 강조, 당분간 배터리에서 한국기업이 끼어들 틈새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배터리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대를 거는 이유는 테슬라의 전기차 양산 능력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특정 독점업체의 공급으로는 조달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금감면 혜택이 오는 2017년 끝날 예정이어서 테슬라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제조비용 축소를 통해 만회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제품의 독점 공급라인을 복수로 전환, 비용 분산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더욱이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능력은 현재 연간 10만대 수준이지만, 오는 2018년까지 연간 50만대로 5배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배터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에 테슬라가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반대로 테슬라 진출에 따른 위기도 만만치 않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모델 3이 한국에 선보이면 국내 전기차 수요 증대에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아직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판매 물량은 단기적으로 적겠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기차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모델 3은 보급형으로 한 번 충전으로 346㎞ 이상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가격도 3만 5000달러(29일 원-달러 환율 기준 약 4000만원) 수준이어서 국내 구매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그만큼 국내 완성차 메이커에겐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

그러나 이같은 수요 증대 기대와는 달리,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가진 기술 저변의 한계 때문에 오히려 독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배터리를 빼고는 전기차 경쟁우위 부품이 거의 없다”면서 “완성차 업체는 계열화와 해외로부터 부품 조달을 통해 생존할 수 있겠지만 혁신역량이나 규모가 작은 국내 부품업체는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동시에 국내의 전기차 인프라 부족도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이 전기차 2대당 한 개꼴로 전기충전기가 구축돼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에서 전기차 평균 17.1대에 한 개의 충전시설이 지원되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다.

이같은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전기차의 경쟁력 수준은 테슬라와 비교해 2년 이상 뒤처져있다고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분석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민원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기술과 인프라의 미비점들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충전시간이 길다는 불평에는 고속충전기 ‘수퍼 차저(super charger)’를 개발해 냈고, 글로벌 IT기업 구글과 애플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자 한 단계 앞선 오토파일럿 기술로 대응하고 있다.

확대를 위한 인프라 시설 부족도 다만 테슬라로서는 적기에 부품을 조달하는 문제와 문제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국내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현재 세계 자동차 선진국의 자동차산업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우리나라가 연 6조원인데 반해 독일 40조원, 일본 25조원으로 한국의 4~6배 더 많다. 미국도 우리나라의 2배인 12조원에 이르며, 중국 역시 한국의 투자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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