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로 그룹 오너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갈림길에 섰다.

총수 일가 비리 의혹을 풀 핵심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했던 이 부회장 조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신 회장 등 오너 일가 수사를 이어가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던 그룹 책임자들도 대부분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 초반 속도를 냈던 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좀처럼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이 6월 수사에 본격 착수할 때 핵심은 비자금 조성 여부와 규모였다. 일각에선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검찰은 수사 초반 비자금을 찾는 데 온힘을 기울였다.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사흘 뒤인 6월 13일 현금 30억원과 금전출납부 등의 서류가 든 신격호 총괄회장의 금고를 발견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총수 일가의 자금관리 임원에게서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계열사에서 300억원대 자금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화학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롯데물산을 거래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파헤쳤다는 전언이다.

수사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듯했지만 이후 일부 드러난 내용은 당초 검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 회장 등이 받았다는 300억원대 자금은 급여와 배당금 명목이라는 해명이 나온 데다 롯데케미칼의 이른바 '통행세 비자금' 의혹 규명도 일본 롯데측의 자료 제출 거부로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롯데건설에서 500억원대 비자금 단서를 찾았으나 정책본부나 총수 일가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여타 대기업 수사와 달리 롯데 수사에선 내부 제보자와 고발자가 별로 없다는 점도 비자금 수사에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책본부 전·현직 지원실장으로 그룹 및 총수 일가 자금을 관리한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이봉철 부사장 등은 모두 비자금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도 비자금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선 그룹 책임자들이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이 부회장이 자살한데다 유서에 "비자금은 없다"고 주장해 수사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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