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콘텐츠 '로엔' 인수 후 글로벌시장 진출 자신감

카카오게임즈, '글로벌 멀티 플랫폼 게임사' 성장 목표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로비. 사진=카카오 제공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카카오는, 단순한 포털을 넘어 국내대표 IT기업이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 내에서 선물을 주고받고 송금을 하고 미용실을 예약한다. 우리 삶의 다양한 부문에 속속 침투하는 카카오는 '라이프 플랫폼'이란 수식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그 모든 영광은 국내 시장에 한정됐다. 이 때문에 '카카오 공화국'을 세운 카카오의 '글로벌 DNA'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사업을 발판으로 몸집을 불려가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 청사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은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뒤를 이을 글로벌 동력으로 스노우를 낙점한 상황이다.

반면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 개척보다도 꾸준히 투자해온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사업과 콘텐츠 부문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다. 다만 카카오는 올초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앞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로엔의 인수와 관련해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이 가진 음악콘텐츠의 결합을 통한 무한한 시너지 창출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로엔 인수, 글로벌 시장 진출 기폭제 될까

올초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카카오도 '글로벌 DNA'를 싹틔울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로엔을 통한 글로벌 매출 확대의 가능성은 실적에서 드러났다고 평가받는다. 네이버가 자회사 라인으로 글로벌 시장서 자리를 잡았듯, 카카오도 로엔 인수가 묘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가 이달 공시한 2016년 연결기준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수 효과로 인한 콘텐츠 플랫폼 부문의 매출 상승세가 돋보였다. 허나 인수합병을 통한 진정한 '글로벌 시너지'가 가시화됐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시기상조다. 한 카카오 관계자는 로엔을 통한 글로벌 성과를 단기간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뮤직 콘텐츠 매출은 전년 및 전분기 대비 대폭 증가한 905억 원, 게임 콘텐츠 매출은 검은사막의 선전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나 뛴 783억 원을 기록했다. 기타 콘텐츠 매출을 합산한 콘텐츠 플랫폼 매출 전체는 지난해보다 215.2% 증가한 1904억 원이다. 반면 광고 부문의 매출은 1년 전보다 12.1% 하락한 1362억 원으로 집계됐다.

퍼블리싱 업체를 필두로 한 게임 사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 브랜드의 입지를 높이는 포석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게임 전문 계열사인 엔진의 사명을 ‘카카오게임즈’로 변경하고 ‘글로벌 멀티 플랫폼 게임사’를 목표로 내걸었다.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업체인 카카오게임즈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흥행한 온라인 MMORPG ‘검은사막’의 성과를 발판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내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특정 콘텐츠가 아니라 다양한 해외 사용자들이 모일 판, 플랫폼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은 카카오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톡 기반의 내수 중심 수익모델 발굴에만 치우쳐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하반기도 'O2O'에 집중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에 콘텐츠 수급과 게임 사업 확대에 나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여기에 3분기 중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전환되는 다음웹툰을 통해 수익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카카오프렌즈’ 또한 유통 부문에서 선전 중인 황금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와 카카오헤어샵, 카카오파킹에 이르기까지 O2O 영역에서 결실을 맺기를 고대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이들 서비스는 국내 소비자들과 국내 업체 혹은 카카오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드라이버는 등록된 대리기사와 소비자들을 이어주며 카카오헤어샵은 선정된 헤어샵들과 국내 소비자들을 연결해준다. 결국 카카오의 O2O 서비스의 경쟁자는 국내의 기존 사업자들, 가맹점이 아닌 업체들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22일 전국대리운전협회 소속 회원들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반대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캐시카우였던 광고가 부침을 겪고 게임 부문에서는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라이프 플랫폼으로 확장을 꾀하는 카카오의 입장에서 주인공은 역시 ‘O2O’다. 결국 내수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스타트업 및 기존 업계와의 갈등과 골목상권 논란 등의 파열음을 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글로벌 사업을 외면하지는 않는다고 피력해도 '내수용의 한계'라는 지적이 줄곧 쏟아지는 것.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올바른 생태계를 확립하기 위해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내놓는 신사업마다 족족 골목상권 프레임에 갇히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폭 넓은 투자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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