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 '2강 체제' 포석 할인 마케팅에 日 무이자할부로 맞불

하반기 수입차 시장 변화 예고…현대·기아 국산차도 '더 많은 할인'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사실상 '폭스바겐 아웃(Out)'의 호재를 만난 국산차와 수입차의 틈새 비집기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6월까지 적용되던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혜택이 사라진 국내 차시장에서 폭스바겐의 공백을 선점하기 위해 꺼내든 차업계의 카드는 결국 개소세 메리트 효과를 대치할 수 있는 '가격 할인'이다.

국산차 메이커든 수입차 메이커든 저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세워 '하반기 대공세'에 돌입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들이 파격 할인판매를 미끼로 '고객 낚시'에 집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빠진 뒤 한국 차 시장에서 '수입차 2강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벤츠는 이달에 높은 할인율로 수입차 1위를 수성한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일부 전시장에서 A클래스와 B클래스, CLA클래스, GLA클래스 등의 모델에 최대 17% 할인 혜택을 준다.

지난 6월 나온 신형 E클래스는 이번 할인에서 제외됐지만, 벤츠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증기간 연장 등 프리미엄 고객에게 맞는 프로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BMW는 5시리즈에 최대 700만원을 할인한다. 5시리즈는 베스트셀링 모델로 그동안 할인 없이도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왔다. 지난 상반기에는 7319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럼에도 BMW가 이같은 프로모션을 내세운 건 아우디 A6 35 TDI가 빠진 자리를 노려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토요타 캠리. 사진=한국토요타 제공

그동안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에 밀렸던 비(非)독일권 수입차들도 위기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무이자 할부를 전면에 포진시켰다.

토요타는 이달 중 아발론을 구매하면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캠리는 24개월 1%대 저금리 할부로 판매된다.

닛산은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까지 모두 무이자 할부이다. 이달 중 닛산 맥시마와 알티마는 24개월 무이자 할부로 살 수 있고, 인피니티 Q50S는 48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닛산 측은 "인피니티 금융 자회사를 이용해 Q70을 구매할 경우 최대 900만원까지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일본계 외에도 프랑스 브랜드 푸조의 경우, 2008 펠린 모델과 308 1.6 알뤼르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11%' 할인 혜택을 선사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우디 폭스바겐이 빠지면서 수입차 시장이 얼어붙을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중위권에 있던 업체들이 각종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수입차 시장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비독일권인 미국차와 일본차의 선전이 점쳐지면서 이들 차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미국차와 일본차의 점유율은 늘어난 반면 독일차 판매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독일차는 9059대로 전월 1만3861대 대비 34.6% 급감했다.

대신에 미국차는 지난 7월 1479대가 팔려 점유율 9.4%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일본차도 지난달 2434대를 판매해 점유율 15.5%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3.3%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독일차 연간 점유율은 6년 만에 50% 밑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차의 연간 점유율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60%대를 유지해왔다. 2011년 63.7%, 2012년 63.9%, 2013년 67.5%, 2014년 69.4%, 2015년 68.5%를 기록했다.

하지만 독일차의 지난 1~7월까지 점유율은 57.6%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빠지면서 독일차의 하반기 감소세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 30주년 기념모델. 사진=현대차 제공

수입차의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뒤질세라 국산차 메이커들도 할인 공격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오는 11월 풀체인지를 앞둔 그랜저 사양 조정 모델의 할인폭을 늘렸다. 7월 80만원 할인, 또는 2.9% 저금리 할부에서 8월 100만원 할인 또는 20만 원+2.9% 저금리 할부로 혜택을 확대했다.

기아차는 수입차에서 자사차로 갈아타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한다. 8월 중 수입차 고객이 기아차의 K시리즈나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를 구매하면 30만원, K9을 사면 50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이밖에 르노삼성도 QM3 구매고객에게 50만원의 현금할인을, 한국GM은 올들어 처음으로 구형 말리부를 60개월 무이자 할부로 판매하는 등 '폭스바겐 퇴출'를 계기로 매출 및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로 삼으려는 자동차 업계의 열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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