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증권가에 대형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종합 방안의 발표가 다음 달로 미뤄진 가운데 증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에 발표하기로 했던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다음 달로 미뤘다. 금융당국이 세운 초대형 IB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레버리지 규제(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 완화, 외국환 업무 확대,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는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허용, 자금조달 수단 다양화 등 혜택을 받게된다.

초대형 IB 육성 방안 발표를 앞두고 가장 주목되는 것은 자기자본 기준이다. 발표가 미뤄지는 이유도 이 기준을 놓고 이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차별화 되는 만큼 자기자본 기준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3조원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은 미래에셋대우(옛날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초대형 IB에 자기자본 5조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11월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만 5조8000억 규모로 유일한 초대형 IB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 특혜 논란 등 나머지 증권사들의 반발이 강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자기자본 기준이 5조원으로 정해지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3조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자기자본 확충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KDB대우증권을 인수에 성공해 자기자본 7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 올라섰다. KB금융지주도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4조원 안팎의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자기자본 3조원대의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합병해 만들어지는 KB증권(3조8473억 추정)을 포함해 삼성증권(3조3848억),한국투자증권(3조1713억), 그리고 최근 5000억원 증자가 결정된 신한금융투자(2조4749억+5000억)가 유력한 후보군이다.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격화되면서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정길원·김주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본 확충을 위한 추가 인수합병(M&A)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도한 인수 대금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초대형 IB 경쟁에 눈이 멀어 단기간에 자기자본을 늘리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크게 손상돼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수혜를 보기 위해 막무가내로 초대형 IB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전문성 등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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