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에서 생산하는 버터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지난 5월 생크림 대란이 시작되자 업계에서는 버터도 곧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업계의 예측대로 생크림에 비해 유통기간이 긴 버터가 한 박자 늦게 품귀 현상을 빚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5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버터·생크림 코너에는 국내산보다 수입산의 제품이 더 눈에 띄었다. 여름철이면 일반적으로 생크림과 버터 등의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났지만 올 여름에는 특히 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생크림과 버터의 품귀현상은 우유생산 감소에 따른 것이다. 생크림과 버터는 원유를 탈지분유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지방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유가공업체들이 탈지분유를 생산해야 생크림이나 버터를 만들 수 있는데 출산율 저하와 대체음료 증가로 우유소비가 줄어든 탓에 유가공업체들이 우유를 탈지분유로 바꿔 미리 창고에 쌓아놓기 시작하면서 생크림 등 절대부족 현상을 빚게 됐다. 탈지분유는 원유와 달리 유통기한이 길어 1년 가까이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공업체들은 탈지분유 재고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자 낙농가에 원유 감산을 요청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우유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생크림은 50%, 버터는 60% 가량 생산량이 급감했다. 제조업체의 생산량이 줄어들자 대형마트에 공급되는 물량도 줄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우유, 남양유업 등 유업계는 전년 대비 약 27%의 원유 집유량을 줄였다. 이에 탈지분유를 만드는 원유도 줄어 생크림과 버터, 휘핑크림 등의 생산량도 덩달아 감소하게 된 것이다.

특히 국산 원유는 생산비,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공식에 따라 1년에 한 번 원유 값을 정한다. 이러한 원유가격연동제로 원유 재고가 넘치고 수요가 줄어도 우유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묘한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원유 단가가 비싸 수익성이 좋지 않고 값싼 외국산과의 경쟁에 밀리는 것도 국내 유업체들이 생크림과 버터의 생산을 꺼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겨울에는 원유의 유지방 함량이 높아 생크림과 버터를 만들기에 용이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는 유지방 함량이 떨어져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쿡방(요리방송)’의 영향으로 올 들어서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는데 공급량은 되레 줄고 있는 것도 품귀현상의 원인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생크림을 포함한 국내 크림 소비량은 ▲2010년 3만8314t ▲2011년 3만8866t ▲2012년 4만153t ▲2013년 4만1176t ▲2014년 4만3575t ▲2015년 4만3464t로 5년 만에 13% 증가했다.

유업체는 앞으로의 생산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업체들은 최대한 생산을 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생크림은 평소 대비 40% 이하의 수준으로 공급될 예정이며 또한 추가 감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터의 경우 아예 생산 계획을 잡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생크림이 반드시 필요한 카페·베이커리 등은 물론 납품업체들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생크림 품귀에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 곳은 대부분 동네카페나 중소 자영업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CJ제일제당, 롯데제과 같은 대형 생크림 소비업체들은 국내 3대 생크림 생산업체인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과 연간 단위의 계약을 맺고 생크림을 우선 공급 받아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서울의 한 마카롱 업체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계약 방식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다고 들었다"면서 "3주만에 받은 제품도 현재 30%정도 인상된 가격에 조달을 받고 있는데 개인 자영업자는 생크림에 이어 버터 조달까지 어려워진다면 당분간 커피만 팔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생산비를 맞추려면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수입 냉동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을 수 있다"고 푸념했다.

일각에서는 유업체들이 생산설비 효율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디저트 등 관련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버터나 치즈 등 가공품의 수요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우유업체 직원은 "원유 재고가 쌓인다면 흰우유 소비를 촉진하기 전에 가공품 생산설비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시장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분유 재고가 줄지 않고 있어 생크림과 버터의 품귀현상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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