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R&D 비율 확대 외에 공격적 지분투자·사업다각화 집중

2018년까지 혁신 신약 3개 이상 기술 수출 목표…체질개선 뚜렷

유한양행 사옥 전경. 사진=유한양행 제공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장기 불황에 울상인 산업계 전반과 달리 제약업계의 표정이 산뜻하다. 제약산업은 인구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로 경기와 상관없이 성장하는 추세다.

여기에 한미약품이 지난해 기술 수출로 잭팟을 터뜨리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조가 곳곳으로 번지는 가운데 업계 1위의 매출을 올린 유한양행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R&D 투자 비율이 줄곧 도마 위에 올라왔다. 올해 1분기 매출 2742억 원의 실적을 낸 유한양행은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7% 규모의 192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전년 대비 40% 이상 확대한 1,000억 원 가량을 R&D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규모도 매출액 대비 8~9% 수준이므로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두자릿수를 넘어가는 업체와의 비교가 자연스레 뒤따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한양행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노력이 다소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산업 특성상 R&D 집중도가 다른 업종보다 높은 만큼 이 같은 지적을 딴지걸기로 볼 수만은 없다. 매출 1조 원 신화에도 불구, 낮은 R&D투자와 높은 도입품목 의존도는 유한양행의 먼 미래를 흐릿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수치화된 지표에 급급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내실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유한양행은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이정희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하며 R&D 강화에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성장동력 씨앗 뿌리기 충실…비즈니스 삼각축 ‘탄탄’"

유한양행은 지난해 이정희 대표이사의 취임 이후 전사적으로 R&D 투자와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확실히 평년보다 R&D 비율 확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R&D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R&D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술적 M&A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원천기술을 확보한 바이오업체들과 공동개발을 해왔다가 이제는 지분투자를 병행하게 됐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600억~700억 원 이상 투자했는데 이 또한 R&D 투자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인 목표가 R&D 파이프라인 확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에도 미국 바이오회사 소렌토와 조인트 벤처(합자회사)도 만들었다"면서 파이프라인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의 성장동력으로는 R&D를 비롯해 원료의약품 수출과 사업다각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원료의약품 수출 부문에서 19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비율로 따지면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원료의약품 수출의 규모는 점점 성장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 수출은 미국을 비롯한 제도권 시장 위주로 진행 중이다. 현재 유한화학 안산공장에 이어 화성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 분야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00억 원 이상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공격적인 지분투자로도 업계의 이목을 끌고있다. 바이오, 화장품 등 다양한 부문의 업체에 지분투자를 연달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장품 관련 회사에도 지분투자했다”면서 “바이오 헬스 산업쪽으로 확장된 사업 영역을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업체 M&A에 관해서는 사업 영역 침범이 아닌 기술적 협업임을 강조했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 바이오벤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제약사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윈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한양행은 상반기 내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의 임상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해외 제약사 대상 기술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R&D로 신약 개발에 본격적 나선 유한양행은 오는 2018년까지 혁신 신약 3개 이상을 기술 수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의 도매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를 이끌어나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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