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간 '비비고 왕교자', 만두 시장의 새로운 역사

미국 판매용 비비고 만두. 사진=CJ제일제당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단순히 제품 수출이 아닌 '한식의 세계화'가 최종 목표입니다"

CJ제일제당이 미래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별화된 맛과 품질의 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식의 맛과 우수성을 알려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K-푸드’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27% 늘어난 3조5340억원, 영업이익은 3.31% 늘어난 2328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49.39% 증가한 1494억원을 기록했다.

식품부문내 가공식품 사업의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증하고, 생물자원부문의 해외 매출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72%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의 1분기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매출의 비중은 39.3%를 차지했다.

이런 차원에서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 통합 브랜드 ‘비비고’를 론칭했다.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거나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는 대표 브랜드를 집중 육성해 해외시장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식문화를 전파하겠다는 각오다.

브랜드 자체가 ‘근본’이 있어야 해외시장에서도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한식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받은 후 글로벌 진출을 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소매점에서 비비고 만두를 맛보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비비고 만두’다. 맛과 건강, 편의성을 고루 갖춘 ‘한국식 만두’로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중국식 만두와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1000억원대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지인들의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현지화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 ‘K-Mandu’라는 새로운 식품 장르를 창출하며 한식 세계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건강식(Healthy Food’으로 차별화 시켰다.

탄수화물의 섭취를 가능한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섭취를 늘리려는 미국인의 식생활 패턴과 잘 맞아 떨어졌다. 한입 크기의 미니 사이즈로 편의성도 극대화했다. 비비고 만두의 대표 제품인 ‘미니 완탕’은 미국 내 가장 작은 사이즈로, 튀김이나 구이, 완탕 수프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는 만두소 육류로 대부분 돼지고기가 사용되는 것과 달리, 비비고 만두는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성을 고려해 ‘치킨 만두’를 개발했다. 또한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호오(好惡)가 엇갈리는 야채인 실란트로(고수)를 야채 종류로 사용했다. 건강식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홀그레인(wholegrain, 통곡물)’을 반영해 만두피에 통곡물을 듬뿍 넣은 군만두 제품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스낵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한국의 전통식품이자 대중적인 밥 반찬인 김을 스낵처럼 즐길 수 있는 ‘비비고 김스낵’을 선보였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김 관련 제품들이 김에 양념을 하거나, 김과 곡물을 함께 기름에 튀기는 방식인 점을 반영해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김에 쌀 칩(Rice Chip)을 접합하는 기술을 적용했고,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는 방식으로 ‘비비고 김스낵’을 만들었다. 글루텐,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성분이 없고 인공색소나 향미증진제를 첨가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건강한 간식’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한식의 정체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원재료인 김과 쌀을 사용한 제품이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바삭하고 고소한 맛’에 초점을 맞췄다.

시베리아 열차 내에서 컵반을 취식하고 있는 승객들의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지난해 4월 출시된 ‘햇반 컵반’도 글로벌 시장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러시아, 일본, 홍콩 등 총 31개국에 수출 진행 중이고, 올해 글로벌에서만 매출 2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햇반 컵반’은 지난해 5월 러시아 시장에서 ‘햇반 컵반(Хэтбaн Копбaн)’이라는 이름으로 진출했다. 현재 러시아 동부지역 주요 도시인 사할린과 블라디보스토크 등 총 50개 소매점에 입점, 매월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일본과 홍콩의 편의점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글로벌 간편식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홍콩 세븐일레븐 600여개 매장과 일본 프리미엄 편의점 매장 내추럴 로손(Natural LAWSON)을 비롯한 일본 내 편의점과 슈퍼마켓 200여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홍콩에서는 ‘미역국밥’이, 일본은 ‘황태국밥’을 비롯한 국밥 3종류가 판매되며, 향후 판매 품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러튼(Fullerton)에 냉동·상온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미국 식품 R&D센터 오픈식에서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김철하 사장(오른쪽 두번째)와 CJ제일제당 식품글로벌사업본부장 신현수 부사장(왼쪽 두번째) 등 CJ제일제당 관계자들이 오픈 기념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글로벌 전략 제품 육성에 이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미국에 냉동·상온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미국 식품 R&D센터’를 구축하며 한식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에 설립한 ‘중국 식품 R&D센터’에 이은 두 번째 연구소다.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을 연구·분석해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 R&D와의 시너지를 통해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각오다.

‘미국 식품 R&D센터’는 글로벌 전략 품목인 냉동식품과 소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냉동식품 및 소스 전문 연구인력을 ‘미국 식품 R&D센터’에 배치했다.

현재 6명인 연구인력을 연말까지 8명으로 확대하고, 전문성을 갖춘 현지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미국 냉동식품협회 가입 등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미래성장 동력 기술을 발굴하고 냉동기술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다.

미국 냉동식품 시장이 38조원 규모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특히 최근 몇 년간 각국 전통식품 시장 성장률이 15%인 점을 반영해 한식 기반 냉동식품 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기술력이 부족한 냉동요리, 냉동스낵의 선진 제조기술을 조사, 벤치마킹해 국내 및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적용하고, 새로운 한식 카테고리로 제품을 개발해 사업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도 글로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KCON 행사와 같은 대중문화와 어우러지는 마케팅을 전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한식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식 글로벌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R&D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한식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식 기반의 다양한 레시피 개발하고 집중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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