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생명보험사들에 소멸시효 2년이 지났더라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경고한 것이다. 그동안 보험사들과 보험 수익자들은 자살에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보험금이 3배가량 많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소송을 벌여왔다.

금융감독원은 23일 발표한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의 입장 및 향후 처리 계획'을 통해 "보험사들이 보험 청구권 소멸시효(2년)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감원의 발표에 생보사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아직 소멸시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닌데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무작정 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배임 논란에 휘말리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하기도 했다.

생명보험사들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여년간 판매한 재해사망 특별계약 상품 약관에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가,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특약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왔다. 금감원은 약관에 명시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생보사들이 반발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지난 12일 생보사들이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 계약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은 계속 됐다. 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금은 78%(2003억원)에 이르고, 이와 관련해 제기된 민사 소송은 8건이다.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험 계약자들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2년이 지나도록 신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9일 보험금 청구 시효가 지난 계약은 자살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판단은 달랐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사의 귀책으로 특약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추가 지급을 해야 한다"면서 "소멸시효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리더라도 보험사가 애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보험사들이 소비자와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회사와 임직원을 제재하고, 각 회사에서 보험금을 어떻게 지급할지 계획을 받기로 했다.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는 현장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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