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반으로 광고·콘텐츠 매출 쑥쑥…해외 사업도 신바람

1분기 해외 매출 3355억원 달해…라인, 동남아 국민메신저로

한때 골목상권 침투 논란 시달렸지만 스몰비즈니스 육성 앞장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주= 데일리한국은 5월19일 창간 2주년을 맞이해 각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국내외 시장 상황 및 글로벌 성장 전략을 집중 조명하는 '연중기획- 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를 연재합니다. 데일리한국은 세계 경기불황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향한 위기 탈출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대한민국 기업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격려는 물론 애정어린 비판을 이어갈 것입니다.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현지 법인 설립, 자회사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유의미한 해외 매출 실적 올리기 수준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스타트업의 설 자리를 뺏는다는 골목 상권 논란에 애먹었지만 인공지능(AI), 스마트카 등 신사업에 가속도가 붙으며 구글 등 글로벌 IT맹주들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 물들인 초록색…안팎으로 내실 다졌다

아시아 전역에서 초록색이 네이버의 상징으로 각인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내 벤처신화’를 일구며 검색 서비스를 비롯해 모바일, 콘텐츠 관련 서비스를 주름잡은 네이버는 최근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의 2016년 1분기 해외 매출은 3355억 원으로 이는 전체 매출의 36%에 달한다.

여기에는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한 몫했다. 라인은 현재 일본· 태국· 대만 등 지역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현지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들을 확장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광고 모델 다양화로 해외 광고 매출을 견인했고 급증하는 라인게임, 라인스티커 등 해외 콘텐츠 매출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해외 콘텐츠 매출은 전체 콘텐츠 매출의 87%를 차지한다. 네이버는 라인 외에도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V(브이)’ 등으로 해외 실적을 확대 중이다.

국내에서 네이버의 주요 수익원은 단연 광고와 콘텐츠 사업이다. 이 중 검색 및 디스플레이(배너) 광고 내 모바일 광고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네이버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모바일 광고의 선전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15% 뛰었다. 네이버는 광고를 비롯해 포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영상·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소상공인이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 플랫폼으로 쇼핑사업의 몸집도 빠르게 불려나가고 있다. 올들어 급증한 네이버 쇼핑윈도의 거래액에는 네이버페이 서비스가 한 몫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페이를 통한 이용자 구매력 확대로 쇼핑윈도의 편의성도 커진 것이다.

올해 1분기 네이버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고 꾸준히 늘어나는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비중은 44%를 찍었다. 네이버의 쇼핑윈도 시리즈는 중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판로를 제시한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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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뛰어넘는 ‘문화화’, 선택과 집중의 결실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결실을 얻게된 비결로 신중호 라인 글로벌 사업전략 담당임원(CGO)은 '문화화(culturalization)'를 들었다. 지난 3일 진행된 라인 태국법인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신 CGO는 문화화에 대해 그 나라의 현지 문화에 맞추는 데 집중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여타의 글로벌 기업들이 내세운 현지화(localization)와는 조금 다르다.

문화화의 결과물 중 하나가 태국 직원들이 직접 제안한 신규 서비스 '라인맨'이다. 라인맨은 외식과 배달 서비스를 즐기는 태국의 문화적 특징에서 착안한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생필품과 음식을 배달해준다.

라인이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주요 교통 수단인 오토바이 택시 업체와 제휴를 맺고 교통 O2O 시장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라인은 이러한 문화화를 강화하기 위해 각 나라의 현지 법인이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는 체계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인터넷 업계의 근간이자 최대 사업자로서의 전략 중 하나는 선택과 집중이다. 최근 라인의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사업성이 좋지 않은 부문은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라인의 출자법인 믹스라디오 리미티드의 라디오형 음악 서비스 '믹스라디오' 사업을 청산한다고 밝혔다. 황성진 HMC 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존 라인뮤직 중심으로 일원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철수한 사업 부문에 대해서도 장기적 안목으로 내린 결정이 결국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도 들린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인터넷 골목상권 논란이 불거지자 윙스푼(여행), 부동산, 네이버 키친(요리법), 네이버 쿠폰, 굿모닝 네이버(알람), 워너비(패션) 등 7개 서비스의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다시 강력히 제기되는 '新문어발식 사업확장' 비판에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최근에는 스몰비즈니스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네이버는 국내 경제의 도약을 위해 대기업 위주의 낙수효과보다는 작은 성공이 모인 분수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프로젝트 꽃'을 소개했다.

프로젝트 꽃은 네이버가 소상공인의 쇼핑몰 창업을 지원하고 콘텐츠 창작자를 육성해 이들이 실력을 발휘하고 꽃처럼 활짝 핀다는 의미로 명명됐다.

아울러 네이버는 국내에서 '포털 네이버'의 영향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연계되는 별도의 O2O 서비스 플랫폼을 내놓기보다는 포털 내에 미용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네이버 지도에 콜택시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더했다. 이를 통해 하나의 포털 안에서 검색과 쇼핑, 결제 등을 한 번에 처리하게 해 트래픽을 늘리고 광고수익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 사진=연합뉴스

◇모바일, 콘텐츠 잇는 미래 먹거리는…

네이버는 신성장동력 확보 또한 서두르고 있다. 올 상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24개 프로젝트팀은 머신러닝과 네이버쇼핑, 동영상 플랫폼 V(브이) 등을 각각 관할하며 관련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역할로 전해졌다.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인공지능과 스마트카 등이 네이버의 미래 성장동력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의 자체 기술 연구소 '네이버랩스'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스마트카, 스마트홈, 로보틱스, 대화형서비스, AI 등의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랩스에서 개발 중인 머신러닝 기술을 지식인 및 음성검색 등에 적용 중이며 적용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이 같은 선상에서 네이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그린카와 '커넥티드 카' 서비스 업무협약을 맺고 모바일과 연계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준비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이같은 변신을 통해 '한국의 구글'을 뛰어넘어 '글로벌 네이버'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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