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구 판교역 인근 현대백화점 판교점, 유통상권 뒤흔들어 소상공인들 원망 가득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일렉트로마트까지 인근에 들어서면서 소상공인들 불만 폭발

현대백화점 판교점 내부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역 3번 출구 인근에는 수도권 최대였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영업면적 7만㎡)보다도 30% 정도 더 넓은 규모인 영업면적 9만2578㎡(2만8005평)에 달하는 현대백화점이 우뚝 서 있다.

백화점 출입구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이지만 끊임없이 고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분당 용인 등 인근 수도권 남부 유통업계 상권을 뒤흔들었고 여기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인 일렉트로마트가 맞은편에 들어서면서 대기업 상권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연휴를 앞두고 평소보다 더욱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하 1층의 유명 식당가를 비롯한 유아동 코너는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붐볐다.

판교 지역은 '제2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상권 내 고객들의 소득 수준이 높고 구매력이 크다. 판교·분당 일대에는 현대백화점 외에도 이미 AK플라자 분당점, 롯데백화점 분당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등 3개 백화점이 출점해 있는 상태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분당 고객들에게 특화된 브랜드 개편을 단행하고 1층 광장을 비롯한 전 층의 인테리어를 바꿨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분당지역 고객들이 충성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자주 찾는 고객, 소위 단골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도 최근 식품관을 강화하고 MD리뉴얼을 진행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대형쇼핑몰 등장으로 유동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상권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현대백화점과 판교 상인들은 현대백화점측이 일정기간 판교 상권 활성화 기금을 지원하고, 백화점과 상인들이 바자회를 개최해 지역상권 알리기에 동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식품관이 강력한 매장이다. '현대식품관'이란 새로운 브랜드로 탄생한 현대백화점 식품전문관은 영업면적 1만3860㎡로 기존 국내 최대 식품관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8930㎡) 보다 50% 이상 크다.

판교를 중심으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유통공룡들의 경쟁에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소상공인들이다.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인근 300개 외식·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15년 8월 이후 매출이 17.2%의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서 이 지역 상인의 92%는 ‘대기업 쇼핑몰 입점이 지역상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식품·의류 등 갖가지 품목이 한꺼번에 들어간 쇼핑몰이 지역상권을 독점하면서(72.1%·복수응답) 매출을 빨아들여 소상공인이 해당 시장권에서 퇴출되는 탓(33.3%)이라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상인의 62.3%는 백화점이 문을 연 뒤 경영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백화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장기간 경쟁을 할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유동인구가 많아져 상가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영역을 침범당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푸념을 쏟아냈다.

또 다른 업주 역시 "기존 쇼핑위주 백화점 모델과 달리 프리미엄 식당을 앞세운 판교점과 맞붙어 살아남을 자영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골목상점 매출 하락은 처음부터 예상됐던 일이지만 제대로 된 상생 대책은 아예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