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2년째 와병중...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과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을 이끈 지 오는 10일이면 2년을 맞는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2014년 5월10일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그룹을 대표하며 제 2의 이건희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잇단 계열사 매각과 합병, 선제적 구조조정, 수평적 기업문화 혁신, 신성장동력 사업 강화 등을 추진하며 나름의 '이재용식(式)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년간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외형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었다.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재편하면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등 일부 계열사에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현재의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줄줄이 이어지는 매각과 합병으로 내부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 이 부회장이 조직을 품에 안고 추스려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단기목표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17.2%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올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SDI가 추가로 보유하게 된 삼성물산 주식 2000억원어치를 매입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지만 통합 삼성물산은 아직 기대했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4개의 사업군을 운영 중이지만 통합 후 첫 분기인 작년 4분기에 890억원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43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건설부문에서 해외 프로젝트 손실을 선반영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낸 영향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선택과 집중'을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비주력 계열사와 건물들을 잇달아 내다팔고 있다. 2014년 11월 방산석유화학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을 롯데그룹에 팔았다. 올 들어서는 태평로 본관을 부영그룹에 넘긴 데 이어 태평로빌딩, 제일기획 매각을 진행 중이다. 호암아트홀 매각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일기획 인수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프랑스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가 인수 조건으로 삼성의 광고물량 10년치를 요구했기때문"이라고 귀띔하면서 "업계에선 통상 5년 정도로 보고 있는데 요구조건이 좀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남은 과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반도체 및 스마트폰을 이을 신성장 동력을 조기에 확보해 그룹의 안정적 수익기반을 다지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재용 부회장 시대 삼성의 주력 분야는 전자·바이오·금융의 3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전장사업부는 작년말 팀을 꾸려 자동차 시장을 뚫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바이오사업 역시 성격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워 현재로선 갈길이 멀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단순히 경영체제를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특유의 경영능력을 보여줄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윤덕균 교수는 “이재용 체제의 후계구도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자신만의 리더십을 온전히 보여줘야 명실상부한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재편을 추진하면서 수평적 기업문화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더 큰 시야를 갖고 사업의 큰 틀을 생각해야 할때"라고 강조했다.

향후 미래 먹거리 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주력사업과 조화를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의 경우, 릴레이하듯 주력사업과 조화를 꾀하면서 R&D(연구개발) 투자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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