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중국인 관광객에 일본인 관광객도 많이 늘어나서 정신 없어요. 상품 진열하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거든요"
중국 노동절 마지막날인 지난 2일 명동 유네스코 거리는 면세점 쇼핑백을 든 중국인 관광객과 캐리어를 끌고 이동 중인 일본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길을 따라 늘어선 화장품 로드숍에는 중국은 물론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 언어 능통자가 배치돼 있었다. 명동 거리 곳곳에는 중국어로 된 홍보 전단이 펄럭이기도 했다.
교통카드 발매기 주변 등 지하철 역 주변에는 큰 여행용 가방을 휴대한 일본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단체관광이 주류를 이루며, 관광 대형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과 달리 일본인 관광객들은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우 송중기처럼 군복을 입은 남자와 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매장마다 사람들로 가득차고 계산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를 보니 메르스 이전 호황을 누리던 옛 명동거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명동거리의 매장 상인은 “중국인도 그렇고, 일본인도 휴가철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방문객 수가 40%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백화점과 면세점도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4월30~5월2일)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다. 3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강남권 점포에 요우커가 몰리면서 관련 매출이 두 배가량 껑충 뛰었다. 해외패션(131.1%), 식품(100.4%), 화장품(107.3%) 등 여러 부문에서 매출이 올랐다는 전언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중국인 관광객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58% 뛰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중국 정보기술(IT)기업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과 연동된 ‘위챗페이’를 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시범 도입한 것도 주효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롯데면세점도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 관련 매출이 24%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5월 1일~5월 3일대비 올해 4월 29일 중국인 매출 증가율은 전점기준(은련카드+알리페이) 61.5%에 달했다.
롯데백화점 전태근 글로벌마케팅 책임은 “일본 지진 등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으며 또 인기배우 송중기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코오롱 FnC 브랜드가 들어가 있는 ‘헬로 K-패션’ 팝업스토어 등에 중국의 젊은 고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인, 패키지 관광 명품 싹쓸이족에서 2030세대 자유여행객으로 전환
한편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패턴은 '패키지 관광·명품'에서 '자유여행·생활'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명품 시장에서 이른바 '싹쓸이' 구매를 하던 중국인들이 한류 패션과 미용관련 매장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주로 단체여행이 아닌 개별여행객이 출국하기 전 들르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경우, 지난달 29~30일 중국인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74.9% 급증했다.
패키지여행 보다는 개별 자유여행이 늘어나자 명동 일대에서 벗어나 홍대, 강남 가로수길 등 다양한 지역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특히 20~30대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점차 '나를 위한 소비'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을 보면 명동이 여전히 59%로 압도적이지만 동대문도 50%로 대부분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고 남산 42%, 고궁 36%, 신촌·홍대 24%, 잠실 롯데월드 28% 등 다양한 지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에 따라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관광공사는 최근 중화권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방문을 중심으로 K팝(K-POP) 공개방송 프로그램 관람 상품 등 한류 테마, AFC 챔피언스리그 및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등 축구경기 관람 등을 지원키로 했다.
한국관광공사 서영충 중국마케팅센터장은 “선정된 테마상품에 대해서는 언론인 초청투어, 중화권 소비자 대상 행사 등의 온·오프라인 홍보활동을 지원할 것이며 시장 테스트를 통해 콘텐츠를 지속 보완하고 경쟁력 없는 상품은 후보상품으로 교체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