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아파트 월세부터 대학 등록금까지 기존에 주로 현금이 거래되던 시장을 찾아 카드사들이 결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0.3~0.7%포인트 내려간 데다 시장 자체도 포화 상태에 이르며 영업환경이 나빠지자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여전히 현금 거래 비중은 높다.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급수단은 신용카드로 전체(건수 기준)의 39.7%였고, 체크·직불카드를 합치면 53.8%로 절반이 넘지만 현금 비중도 36.0%로 아직 건재했다.

카드사들이 먼저 쉽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곳은 부동산 쪽이다. 그동안 월세나 아파트 관리비 등은 현금 거래가 대부분이었는데,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아파트 관리비 전자고지결제 업무를 카드사의 부수 업무로 허용한 것이다. 이로써 카드사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직접 고객에게 통보하고 대금을 수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맞춰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전국 아파트 단지(1만9000여 곳)에 관리비 고지서를 발급하는 이지스엔터프라이즈와 제휴하고 카드로 관리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지스엔터프라이즈는 아파트 관리비 수납 시장을 90% 넘게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고객 유치를 위해 아파트 관리비를 카드로 결제하면 일부 금액을 할인해주거나 돈의 일부를 돌려주는(캐시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세 결제 시장에도 카드사들이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월세는 개인 간 현금이 오갔기 때문에 카드 결제가 어려웠지만, 공기업을 상대로 계약하는 공공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은 카드 납부가 가능하다. 신한카드는 이 같은 공공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주택관리공단과 제휴해 임대료를 카드로 납부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뉴스테이 같은 주택도 시스템만 마련되면 월세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뉴스테이 월세의 카드 결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세금 역시도 카드 납부가 가능하다. 지난해 국세 납부 한도를 없애면서 법인을 중심으로 카드 납부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카드로 세금 등 공과금을 낸 금액은 46조2900억원으로 전년(22조6300억원)에 비해 두 배 넘게 커졌다.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납부, 캐시백 등의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학 등록금도 카드로 내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구세군 자선냄비와 같은 기부도 신용카드나 카드 포인트들이 대체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부조금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례식장도 생겨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현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결제 영역을 확대할 만한 곳이 많다"며 "앞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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