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2만기업연구소 해운 100대기업 경영분석 "인원감축 위기 해결 안돼"

부채율 400%이상 고위험군 51% 차지…한진해운 817%·현대상선 1565%

국내 해운 100대 기업의 부채비율. 출처=한국2만기업연구소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대상 5대 한계업종의 하나로 지정된 해운업의 국내 100대 기업 중 절반이 부채 400% 이상의 고(高)위험 기업군으로 파악됐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해운업 100대 기업의 최근 2년간 경영실적을 분석조사한 결과, 부채비율 400% 넘는 곳이 51개사라고 2일 밝혔다.

이 가운데 자본잠식 상태 해운사는 13개사이며, 부채비율이 1000% 초과한 기업도 18개사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에서 2015년 기준 해운 100대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01%로 조사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업종별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개별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 넘으면 ‘잠재적 위험’으로, 300% 이상이면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먹는 수준으로, 400% 초과하면 존립하기 어려운 ‘고위험’으로 시장에선 분류한다.

오일선 소장은 “선박 운용에 따른 부채비율이 높은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경기상황에 따라 기업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한 곳이 100곳 중 절반이나 될 정도로 국내 해운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해운업계 빅2인 한진해운·현대상선 두 회사의 매출 비중이 전체 51%를 차지하고 있어 두 기업이 무너지면 국내 해운업도 반토막 날 처지라고 연구소측은 우려했다.

지난해 기준 해운 100개사의 총 부채 규모는 27조 6402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고위험군 기업의 부채액은 전체의 64.1%에 해당하는 17조 7216억원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100대 해운사 중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안정적인 곳은 36개사였다.

국내 해운 100대 기업의 매출 점유율. 출처=한국2만기업연구소
한편, 2014~2015년 해운 100대 기업의 경영실적에서 2015년 매출규모는 25조 8131억원으로 전년(2014년)보다 1조 4904억원(-5.5%) 줄어들었다.

개별사 단위로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린 기업은 5개사였으며, 이들 기업의 매출 비중은 100대 기업 전체의 71.8%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빅2의 매출 비중은 51%를 각각 차지할 정도 대기업 해운사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매출 1조원 미만~2000억원 이상의 중견급으로 불릴만한 기업은 8개사에 불과하고, 나머지 87개사는 연 200억원 미만 매출 규모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매출이 상승한 해운사들로는 에이치라인해운(+2510억원), 팬오션(+2055억원), 시노코페트로케미컬(+1732억원) 등이 선전했다.

문제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높은 부채비율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817%, 현대상선은 1565%에 이른다. 부채금액으로는 한진해운 6조 5795억원, 현대상선 5조 5025억원이다. 영업실적도 저조해 현대상선은 2014, 201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214억 흑자전환한 한진해운은 흑자 비중이 매출의 0.3%에 그쳐 취약하긴 매한가지다.

연구소측은 “빅2의 저조한 경영실적 직접 원인은 높은 매출원가 때문”이라며 “현대상선이 지난해 매출 5조 5093억원에 매출원가는 5조 6147억원으로, 제조비용 1만100원을 투입해 시장에선 1만원에 팔아 100원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의 매출원가가 높은 이유는 화물비와 용선료의 지출 비중이 높은 탓이다. 화물비 1조8989억원, 용선료 1조 8793억원으로 둘 다 매출원가 비중에서 32%대를 각각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현대상선의 종업원 급여 비중은 매출원가에서 고작 2.1%에 그쳤다.

오일선 소장은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되지 못한다는 사실과 함께 인력 감축으로 현재의 해운업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해운사의 최근 2년의 인력감축 진행도 조사, 2015년에 가장 많이 직원을 줄인 기업은 한진해운으로 197명(-11.9%)을 감축했다. 이어 금양상선 65명(-51.6%), 현대상선 41명(-3.2%), 삼성해운 28명(-56.0%), 대보인터내셔널쉬핑 22명(-61.1%), 일신해운물류 13명(-68.4%) 순으로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오 소장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 빅2 기업이 시장논리에 따라 처리될 경우, 파산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운업계의 도미노 붕괴를 막고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 다른 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정부 등의 외부 수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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