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론 저가항공사의 장거리 취항에 성패 달려…대한항공·아시아나 ‘긴장’ 모드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국내 저가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공동운항(코드셰어) 노선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경쟁관계인 저가항공사간 대규모 공동운항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대한한공· 아시아나항공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거리 노선의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 편의 증대로 중·단거리 노선 시장의 점유율을 각사가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항공사의 중·단거리 노선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저가항공사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국제선 공동운항을 계속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저가항공사의 성패가 장거리 노선 운항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김포~타이베이 노선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동운항을 오는 6월부터 총 5개 노선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동운항이란 상대 항공사의 일정 좌석을 자사의 항공편명으로 판매해 운항편 확대 효과를 거두는 제휴 형태를 말한다. 확대되는 공동운항 노선은 인천~방콕, 인천~오사카, 인천~후쿠오카, 인천~나리타 등 4곳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과 방콕, 오사카, 후쿠오카, 나리타로 가는 노선을 동일하게 운항하고 있다”며 “각 사가 하루에 1편씩 운항하는데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스케줄을 보완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라인을 통해 해외노선을 늘리는 저가항공사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저가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과 인터라인(노선 위탁판매) 협정을 맺었다. 국내 저가항공사가 해외 대형항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자 매우 이례적인 일로 눈길을 모은바 있다.

향후 제주항공이 중·장거리 노선을 취항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거리 노선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중·장거리 노선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까지 취항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일축했다.

저가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력 항공기는 보잉 737-800으로 장거리 보다 근거리 운항에 적합한 기종이다.

현재 국내 저가항공사 가운데 장거리노선을 운항하는 진에어가 유일하다.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그룹 계열사로 하와이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공동운항은 사실 대형 항공사도 적극적이다. 자회사와의 공동운항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7년 앞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2008년 10월 부산~김포 노선을 처음으로 공동운항을 실시했다. 같은 해 12월 부산~제주로 공동운항 노선을 넓힌데 이어 부산~오사카(2010년), 부산~나리타(2011년), 부산~칭다오(2012년)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동운항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부산~삿포르, 부산~세부 노선도 공동운항 중이다.

대한항공은 진에어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공동운항을 시작했다. 기존의 인천 출발 오키나와, 마카오, 코타키나발루, 비엔티안, 괌 등 5개 노선을 운항하다 지난달부터 인천 출발 클락, 하노이, 타이베이, 호놀룰루 노선과 부산 출발 세부, 다낭 노선 등 6개 노선을 더 확대했다. 아울러 다음달부터는 부산 출발 클락, 오키나와 노선 등 2개 노선에 대한 공동운항도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증가가 집중된 중국, 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서는 스케줄 다양화와 최신식 기재 투입을 통해 저가항공사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저가항공사의 공동운항 확대로 노선 가격 경쟁이 심해져 대형 항공사가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대한항공·아시아나는 노선 비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어 저가항공사에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며 “저가항공사의 공동운항 확대로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시장점유율을 뺏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교수는 이어 “저가항공사의 공동운항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저가항공사의 향후 성패는 대형 항공기 도입으로 누가 먼저 장거리 노선 취항에 뛰어드느냐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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