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의 '12시간 비행시간 제한' 준법투쟁 규정에 따라 운항을 거부한 조종사의 파면을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사실조사에만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보름여 만의 중징계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한항공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는 고의적인 운항거부로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던 박종국 기장에 대해 파면을 지난 7일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기장은 근뮤구정을 지키기 빠듯한 노선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비정상 상황에는 14시간까지 근무 연장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반박하며 중징계를 밀어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8일 "박 기장은 비행 전 브리핑을 평소보다 3배 이상 지연시키는 등 고의로 항공기 출발을 지연시켜놓고, 그로인해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이번에는 불과 4분이라는 비행근무 시간 초과를 이유로 비행을 거부했다"라며 "이같은 행위는 의도적으로 항공기의 운항업무를 방해하고자 한 것으로 더 이상은 그 기장이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기장은 지난달 21일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 여객기를 조종해 현지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후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를 조정해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닐라 도착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근무 규정'보다 결과적을 '4분' 더 근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박기장은 이를 이유로 내세워 여객기 조종을 거부하고 승객석에 앉아 귀국했다느 것이다.

게다가 박 기장은 마닐라행 운항과 관련해, 비행 전 브리핑을 60분 이상 지연시켜 항공기 출발도 지연시킨 것으로 조사됐다고 대한항공측은 설명했다.

박 기장은 "인천-마닐라 노선은 항상 연속 12시간 근무규정을 지키기 빠듯한 노선으로 계속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으나 회사측은 "단협에 따르면 항공교통·관제사유, 기상, 항공기 고장 등 비정상 상황에는 14시간까지 근무시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며 반박했다.

대한항공 자격심의위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해당자는 1주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박 기장은 재심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따라 대한항공 내 중앙상벌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가방에 경영진을 비방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부착한 조종사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는 가급적 늦춘다는 복안이다. 해당 스티커의 내용은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 몫, 돈은 회장 몫’ 등이다.

대한항공은 운항거부 조종사 파면 이후 공문을 통해 자격심의위원회를 다음주로 연기하고 임금협상 재개에 응한다고 노조 측에 알렸다. 대한항공은 오는 9일로 예정된 징계 결정을 다음주로 미룬 상황이다.

하지만 조종사 노조 측은 조종사 파면 결정 후 4시간 만에 강경에서 회유책으로 돌아서며 '대화'를 제시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노조 흔들기'라며 사측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8일 오전 대의원회의에 이어 정오쯤 아시아나항공 노조 및 한국공항공사 등 항공협의회 소속 노조원들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연대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집행부는 강경투쟁으로 맞설지 파업을 마무리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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